'시중에 풀린 돈'을 뜻하는 유동성 규모가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 속 또다시 역대급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에만 40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유동성 규모가 3600조원 턱 밑까지 차올랐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1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통화량(M2 기준)은 358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동성 규모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던 전월(3549조7000억원)보다도 39조4000억원(1.1%) 가량 증가한 것이다.
시중 통화량은 작년 4월 3000조원을 첫 돌파한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규모 면에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유동성 증가율은 12.9% 수준으로 전월(12.4%)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08년 12월(13.1%) 이후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유동성 규모가 전월 대비 17조2000억원 늘었다. 다만 직전월 수치가 18조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증가세가 일부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대해 한은은 "(대출 규제 속)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와 주식 등 대체자산 매도 등으로 유동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타 금융기관 유동성 역시 금융채와 금전신탁, 정기예적금 등을 중심으로 19조4000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월 중 기업 유동성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상증자 등 직접 자금조달 규모가 늘면서 14조5000억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별로 보면 정기예적금 규모가 큰 폭(+13조9000억원)으로 상승했고 금융채와 수익증권 역시 전월 대비 각각 6조1000억원, 5조3000억원 확대됐다. 최근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예적금 금리가 오른 데다 예대율 관리를 위한 자금 유치 등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의 통화, 평잔)은 1345조원으로 전월 대비 1.2% 늘었다. M1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17.6%로 역시 지난 2월(26%)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