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5일 SK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현대제철과 ㈜한화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최근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의 투자목적을 변경한 것은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이 있다. 이들이 내놓은 탄소저감 방안 등이 정부의 목표인 ‘2050 탄소중립’과 비교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과 한화 등의 기업설명회에서 발표된 탄소중립 정책이 국민연금이 정한 ESG 경영 기준에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주총 안건이 정해지기 전이기 때문에 특정한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보다는 일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의 경우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을 한 지난해 3월 전 주가는 40만원 대였다. 하지만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날 기준 13만9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강시장 호황으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저조하다. 현대제철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4만5350원으로 52주 고점인 6만3000원과 비교해 28.01% 낮다.
탄소중립 정책 또는 실적에서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기업가치 저평가로 인한 주주이익 훼손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 2020년 7월 의결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적극적 주주활동(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따르면 기금은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 △지속권 반대 △ESG 평가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두고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세 가지의 투자목적을 정한다.
일반투자와 경영참여 등은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이나 이사회 안건 반대 등을 통해 적극적 주주권한을 행사하는 단계를 말한다. 단순투자는 배당 등을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주주총회 참석은 하지만 이사회 안건 반대 등의 행위는 자제한다.
업계에서는 탄소중립과 주주이익 제고가 상반되는 정책인 만큼 두 가지를 모두 요구하는 국민연금의 태도가 모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어떤 의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 시장이 크게 동요한다”며 “당장은 이들 기업에 대한 태도변화만 보였을 뿐 적극적인 행동은 없다.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 각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조선·철강·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포스코케미칼, 삼성중공업, KCC글라스, 동국제강 등이 지난해 단순투자 대상에서 일반투자 대상으로 변경됐다. 이 밖에 포스코, LG화학, 현대중공업, SKC, 롯데케미칼, 에쓰오일 등이 일반투자 대상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