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하락 조짐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구매)이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해서라도 무리하게 집을 구매한 2030세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서면 무리하게 빚을 내 '영끌'과 '패닉바잉'에 나섰던 젊은 층이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41.8%가 2030세대 매입분이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엔 31.8%, 2020년엔 37.3%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특히 2030세대는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 아파트를 많이 매입했다.
이런 상황에 2030세대가 많이 구입한 서울 외곽 지역부터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나온 지난해 12월 넷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북·은평구(-0.02%)와 도봉구(-0.01%)에서 집값이 하락했고 관악·금천구(0.00%)에서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앞서 은평구에서 1년7개월 만에 집값이 하락 전환한 이후 강북·도봉구도 하락 행렬에 가세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금천구의 아파트를 산 32세 김모씨는 “더 이상 전·월세 등 주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집을 샀다”면서도 “최근 호가가 떨어지고 있고 고점을 잡은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또 김씨는 "최근 대출을 받았는데 한 달 새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며 이자 부담이 커진 것도 걱정"이라고 전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심해지고 금리도 점점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상황”이라며 “자본금이 충분하면 모를까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젊은 세대가 무리하게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