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소통과 전문성으로 혁신 창출

2022-0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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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30년 만에 부활한 포스코그룹 부회장 자리에 김학동 포스코 철강부문장(사장)이 올랐다. 지주사 전환 현안과 맞물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인재로 발탁된 것이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지난 12월 23일 김 부회장을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959년 5월 27일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김 부회장은 춘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카네기멜런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해 광양제철소 제선부 3제선공장장과 기술개발실 제선기술그룹 리더, 포항제철소 제선부장, 품질기술부장, 광양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을 거쳤다. 이후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SNNC로 소속을 옮겨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5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포스코그룹 자회사 대표를 맡다가 제철소장으로 임명된 첫 사례다. 광양제철소장과 생산본부장, 생산기술본부장을 거쳐 2020년 말 철강부문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이 생산본부장을 맡았을 때 포스코도 조직개편을 통해 생산본부장의 역할에 힘을 실었다. 포스코는 2018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철강생산본부를 생산본부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뿐 아니라 기술연구원까지 총괄하는 조직으로 확대 개편됐다.

당초 철강생산본부장은 최 회장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장인화 당시 포스코 통합철강부문장 사장이 겸직하고 있었는데 2018년 12월 정기임원 인사에서 김 부회장이 넘겨받았다.

김 부회장은 포스코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에서 제철소장으로 보임된 인물이다. 포스코그룹은 2014년 12월 28일 김학동 당시 SNNC 대표를 포항제철소장으로 선임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2015년 3월 시행된 포스코그룹 승진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이후 2번째 정기 임원인사로 김 부회장을 포항제철소장으로 불러들인 데 이어 광양제철소장도 교체하면서 파격행보라는 평가가 있었다.

출자사 대표가 다시 본사 제철소장으로 보임된 사례가 없었지만 김 부회장이 그 첫 사례다. 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성과 중심의 조직개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회장은 2013년 3월 SNNC 대표이사에 취임해 2015년 1월까지 약 2년 동안 SNNC를 이끌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SNNC는 2006년 포스코와 뉴칼레도니아 회사인 SMSP가 합작해 세운회사로 스테인리스강의 주원료인 페로니켈(니켈20%·철80%)과 기타 부산물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김학동은 SNNC 2대 대표로 취임해 조업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절감과 고품질 제품의 수출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김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2년 SNNC는 매출 3792억원, 영업이익 187억원을 기록했다. 취임 이후 1년 만에 SNNC는 매출 3458억원, 영업이익 439억원을 거뒀다. 각각 14.72%, 213.5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여름부터 포스코그룹 내부에서는 부회장직이 부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다양한 인물에 대한 하마평이 있었지만 최 회장의 선택은 김 부회장이었다. 포스코그룹의 본질인 철강사업의 위상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최 회장이 김 부회장을 다른 사장들과 비교해 편애한다는 분석은 지양해야 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아직 지주사 전환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전이며 본격적인 조직개편이 진행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조직개편이 본격화하면 추가로 부회장에 오르는 인물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부회장이 주력 사업인 철강부문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두고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직원들 사이에서 김 부회장의 리더십은 온화함으로 평가된다. 어느 임원들보다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적으며,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사장이었다는 평이다.

김 부회장이 철강부문장을 맡은 이후 철강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포스코는 철강재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매 분기 신기록을 썼다.

그룹 안팎에서 부인하기 힘든 리더십과 성과를 보인 만큼 부회장 승진에 대한 내부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주사 전환 이후 최 회장은 지주사 회장으로서 대외업무와 그룹 전반적인 경영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철강사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김 부회장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는 셈이다.

김 부회장의 첫 행보는 지난 12월 포스코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진행한 ‘지주사 전환 설명회’에서 나왔다. 당시 포스코 측은 2030년까지 안전 및 환경 투자를 지금의 최대 3배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만 당장 3조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2020년 12월 김 부회장이 이끄는 철강부문 산하에 안전환경본부를 신설했다. 안전환경본부 산하에는 안전보건기획실과 환경기획실 등 세부 전문 조직을 두고 안전·환경 문제만큼은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포스코는 2020년 12월 안전관리 특별예산으로 향후 3년 동안 안전을 위해 1조1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포스코가 연간 안전 및 환경에 투자하는 금액은 2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만 3명의 노동자가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등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 부회장은 3년간 1조원이 아닌 연간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지주사 전환 이후 포스코에서만큼은 안전사고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요구에 따른 친환경 경영도 커다란 과제로 남아 있다. 난이도만 본다면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수소, 이차전지 소재 사업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철강 생산부문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이미 높은 평가를 받는 그의 소통 능력에 전문성이 더해지면 포스코 철강부문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 부회장은 포스코 이사회 산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하는 유일한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그룹 2인자, 철강부문 수장과 함께 ESG경영 최선봉에 있다.

ESG위원회는 포스코가 지난해 3월 12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출범시킨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저탄소 정책과 안전 및 보건 등과 관련한 계획을 사전에 검토하고 이행사항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 회장과 함께 그룹의 ESG경영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김 부회장이 포스코 철강부문에서 추진하는 안전, 환경 정책은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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