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계사·변호사...전문직 시험 채점기준 비공개에 공정성 논란

2021-12-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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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인식에 전문직 시험 몰린 2030

세무사시험 ‘불공정 논란’에 “채점기준 공개” 요구

시험 주최측·수험생 모두 ‘공정 vs. 공정’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근조화환 시위를 벌였다.[사진=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문직 시험에 수험생이 대거 몰리는 가운데 최근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올해 세무사 시험을 둘러싸고 수험생들이 “채점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세무사 시험뿐 아니라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시험 채점 기준의 공개 여부로까지 논란이 번지는 양상이다.
 
◆주최 측 "시험공정성 위해 채점 기준 공개 불가"
 
지난 9월 치른 세무사 2차 시험에선 세무공무원 20년 이상 경력자에게 특혜 면제된 과목인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이 82.1%로 예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2차 시험 합격자 가운데 세무 공무원 출신 비율은 평소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세무사 시험과 관련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 배경이다.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채점 기준 비공개다. 세법학 과목은 서술형이라 답안에 따라 부분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0점을 받았다고 밝힌 수험생들이 과하게 많다는 주장이다. 이에 세무사 시험 수험생과 현직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는 “주관식 문제 채점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정확한 채점 기준을 공개하고 시험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세무사 시험 출제·채점 과정 등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런 수험생들의 요구에 공단 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법률상으로도, 시험 공정성 유지를 위해서도 채점 기준 공개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올해 세무사 시험에 응시한 한 수험생이 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에 대해 공단 측은 “채점 세부 내역 및 채점기준표는 관련 법령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관련 내규로 비공개 대상에 해당해 공개가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채점위원별 세부 채점 내역, 채점 기준 등 채점 관련 자료 등을 공개하게 되면 주관식 논술형 시험 형태인 세무사 시험을 출제하고 채점하는 전문가들의 전문적 판단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를 둘러싸고 시험 결과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제기하는 수많은 시시비비에 공단 및 채점위원들이 휘말리는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수험생 측 "이의 제기 어렵게 하는 행정 편의주의"
 
세무사뿐 아니라 변호사, 회계사 시험 등도 서술형 시험의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변호사 시험은 사례형·기록형 시험을, 회계사 시험은 2차 시험을 각각 채점 기준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변호사시험법에서는 ‘법무부 장관은 채점표, 답안지, 그 밖에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변호사 시험 논술형 필기시험의 채점기준표 설정은 시험위원의 재량 사항으로 시험의 목적과 내용 등을 고려해 시험위원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를 공개할 경우 개별 응시자가 작성한 답안 내용에 따라 시험위원이 설정한 채점 기준에 대한 당부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시험위원의 채점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게 돼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선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채점 기준을 공개하라는 쪽의 근거도 시험 주관 기관과 마찬가지로 공정성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시험문제의 채점 기준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도 없다”며 “논쟁의 여지를 없애려는 안일한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채점기준표를 채점위원들만 한정해 공유하고 다른 교육 관계자나 수험생들에게 비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 세무사 시험을 치르고 탈락한 박모씨(34)는 “서술형 문제에 논란이 될 만한 대목이 있더라도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이의 제기 창구 자체가 막힌다”고 전했다. 변호사가 되려고 로스쿨 입시 대비를 하고 있는 성모씨(31)는 “채점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면 시험을 대비하는 기준도 덩달아 모호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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