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30일(현지시간) "종전선언이 안 되면 내년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핵 및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와 관련, "인정해 준다는 게 아니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홍 원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종전선언은 대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 간 종전선언 문구 협의는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를 계승하며 뭔가 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뜻에서 상황 관리 의미도 있다"며 "1992년 한중 수교 모델을 적용해 관계 정상화나 수교를 추진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년까지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것"이라며 "만약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 원장은 "(북한이) 우리와 상응하는 정도 사거리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는 그것을 인정해 준다는 게 아니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상호 안보라는 관점에서 우리도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사거리 수준이라면 우리가 그것을 먼저 앞장서 나설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이 안보 위협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하나 하나 문제삼다 보면 협상 자체 안 되니 협상을 하기 위해 상호안보 관점에서 우리도 개발하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 원장은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도 내놨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한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은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망설이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평화협정을 생각하면 종전선언은 첫걸음인데, 토를 다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선뜻 받을지도 모르는데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홍 원장은 미국 내 일각에서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나 주한미군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종전선언은) 김정은 체면을 세워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의미이지, 그것 자체의 파급효과를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