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자사의 기업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워크플레이스의 이용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를 통합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워크플레이스와 팀즈의 통합으로, 팀즈 이용자는 이 앱 안에서 워크플레이스의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게 되고, 거꾸로 워크플레이스 앱 안에서 팀즈로 진행되는 화상회의 영상을 볼 수도 있게 된다.
온라인 IT미디어 더버지는 팀즈와 워크플레이스의 통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의 실시간 송출 영상을 워크플레이스 그룹에 보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두 앱을 서로 매번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현재 진행 중인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열람하고, 코멘트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팀즈 관리자는 워크플레이스의 콘텐츠에 '중요' 표기를 보태 띄워놓을 수 있다.
양사의 동맹은 기존 협력 관계를 확대한 것이다. 워크플레이스는 앞서 셰어포인트, 원드라이브, 오피스365 등에 통합돼 있었다. 제프 테퍼 마이크로소프트 365 협업 담당자는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소통 도구란 것은 없다"라며 "사람들이 수많은 도구를 선택해 쓰려고 하기에, 우리는 책임감있는 제품 공급자로서 사람들이 통합하고 상호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 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기업 시장 수요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온 메타 쪽에 비교적 큰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공개된 워크플레이스의 유료 가입자 규모는 700만명에 불과하다. 지난 7월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의 월이용자수(MAU)는 2억5000만명에 달한다. 경쟁자 '슬랙'의 지난 6월 기준 유료 가입자 규모는 16만9000명, 2019년 9월 일이용자수(DAU)는 1200만명이었다.
기업용 협업 SW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의 동맹이 처음 벌어진 일은 아니다. 양사는 지난 2010년 힘을 모은 적이 있다. 당시 페이스북이란 이름을 쓰던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문서를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작성·편집·공유할 수 있는 '독스 포 페이스북(Docs for Facebook)'을 선보였다. 구글의 웹기반 문서편집도구 '구글 독스'를 연상시키는 서비스였다.
독스 포 페이스북은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오피스 2010 웹앱(Microsoft Office 2010 Web Apps)'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돼, 시험판 서비스로 제공됐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웹브라우저에서 독스에 로그인한 다음, 컴퓨터에 보관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문서를 올리거나 온라인에서 새로 만들고 페이스북 계정으로 연결된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열람·편집할 수 있었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페이스북의 독스는 크게 흥행하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당시 독스 웹사이트에 할당됐던 도메인을 입력하면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기술문서가 정리된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그간 페이스북은 거대한 소비자용 SNS를 제공하면서 콘텐츠 검색을 고도화하고 광고 플랫폼 시장에서 대성했지만, 기업용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덴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의 관계는 경쟁보다 협력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는 메타의 화상회의 장비인 '포털(Portal)' 시리즈와도 연동된다. 포털은 원격업무를 도입한 조직에서 동료들이 화상회의로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장비로, 메타의 메신저 앱인 '왓츠앱'뿐 아니라 줌, 시스코 웹엑스와 연동된다. 조만간 팀즈도 지원할 예정이다.
양사 협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중 팀즈 이용자가 자신의 3D 아바타로 화상회의와 가상공간 협업에 참여할 수 있는 '팀즈용 메시' 기능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메타 역시 지난달 말 스스로를 '메타버스 기업'으로 정의하면서 이와 관련된 콘텐츠·하드웨어를 포함한 기술과 신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메타는 앞서 '오큘러스' 브랜드로 선보인 가상현실(VR) 기기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플랫폼과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하고, 왓츠앱·페이스북 메신저 등의 연결망을 소통·협업 기반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보기에 따라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 시리즈와 윈도 운영체제(OS) 중심의 하드웨어·SW·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할 수도, 상호보완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더버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기업용 메타버스 시장을 놓고 향후 몇 년간 경쟁을 예고했다"라면서도 "최근 양사는 (협업용) 가상공간과 회의 분야에서 비슷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번 사례와 같은 협력을 지속한다면 미래에는 VR과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더욱 더 긴밀한 공조를 이룰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