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엇갈린 文-기시다…한·일 관계 복원 ‘숙제’ 다음 정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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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기간 중 ‘조우’조차 불발…양국 분위기 그대로 반영

임기 내 사실상 마지막 다자외교…별도 양자회담 가능성↓

바이든과는 취임 후 첫 만남…연내 방미 및 정상회담 논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머르기트교 인근에 조성한 추모공간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한·일 관계 복원이 요원해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만남이 끝내 불발됐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기시다 총리가 국내 선거로 인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불참하고 영국으로 늦게 출발하는 등 물리적인 일정상 정식회담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조우’조차 하지 못한 것은 한·일 양국 간의 냉랭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6개월 정도 남은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 G20·COP26과 같은 다자외교 무대가 마련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번 조우 불발도 표면적으로는 일정상의 문제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과 각종 현안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양국 간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일 YTN ‘더뉴스’에 출연, 한·일 정상 간 만남이 불발된 것에 대해 “글로벌 다자회의에 가서 꼭 남북문제나 일본 문제를 둘러싼 주변 4강 외교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다자회의의 특성과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한·일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더라도 ‘단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COP26 기간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팜민찐 베트남 총리 등과는 회담을 했다.

한·일 정상은 지난달 15일 기시다 총리와 한 차례 전화통화만 했을 뿐 아직 직접 대면은 하지 못한 상태다.

당시 기시다 총리 취임 축하 인사 성격의 통화에서도 양국 정상은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두고 각국의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일본 집권 자민당 간사장에 내정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의 후임으로 기시다 총리 측근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전 문부과학상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기시다 총리의 핵심 측근인 하야시 전 문부과학상은 강제징용, 위안부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자민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만남이 불발된 기시다 총리는 COP26 기조연설을 마치고 곧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단시간 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일본 외무성이 정상 간 정식회담을 지칭하는 ‘수뇌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봤을 때 ‘풀 어사이드(pull aside·비공식 약식회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과 외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미·일동맹 강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과 지역 정세, 기후 변화 대응에서 계속 긴밀히 협력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철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두 정상의 회담과 관련해 별도의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일본부문 연구원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양국이 정권이 바뀌는 상황인 가운데 다음 정부를 위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하겠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양국 간 첨예한 사안보다는 코로나19 이후 막혔던 관광 재개 등 민간 교류부터 풀어보는 것도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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