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가 27일 치러진다. 판세는 유력한 1강 후보자 없이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67),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63),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43)의 3파전 양상이다. 결선투표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당내 ‘킹메이커’로 불리는 거물급 중진들의 지지 향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6일 일본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국회의원 표를 겨냥한 막바지 선거전에 한창이다. 우편으로 표를 보내는 당원·당우들은 이미 사실상 투표를 마친 상태인 데다가, 이들 ‘3강’도 과반 득표는 어려워 결선투표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재 선거에는 비자금 사건으로 사실상 파벌이 해체되면서 내부 정리가 되지 못해 역사상 최다인 9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에 다카이치 캠프의 나카소네 히로후미 전 외무상은 전날 의원 54명이 소속된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 부총재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이미 하루 전 아소 부총재와 만나 지지를 호소했고, ‘아베파’ 참의원들 사이에 영향력이 큰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도 만났다.
아소 부총재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나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아소 정권 시절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소 끌어내리기’에 앞장섰다. 이에 아소 부총재와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의 연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 아소파 인사는 아사히신문에 “(아소 전 총리는) 다카이치와 노선이 비슷하다”며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40여명의 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선택도 관전포인트다. 기시다 총리가 옛 기시다파 의원들과 만나 ‘고이즈미의 정책이 괜찮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의원 표에서는 최연소 40대 총리를 노리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4일 투표권을 가진 의원 368명 중 361명을 상대로 지지 의향을 물어본 결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꼽은 응답자가 54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각각 31명, 28명이었다.
12선의 베테랑 정치인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원·당우 표에서 앞서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14~15일 자민당 당원·당우 1500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한 결과를 기반으로 추정한 당원·당우 표는 전체 368표 중 이시바 전 간사장이 126표를 얻어 1위였다. 이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125표), 고이즈미 전 환경상(114표) 순이었다.
한편, 유력후보 3명 모두 방위력 증강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까지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위대 헌법 명기와 미국과의 핵 공유 등을 주장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총리가 된 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했고, 신사를 줄곧 참배해 온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총리가 되면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