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 전담을 위해 2013년 도입된 '학대예방경찰관'(APO) 제도가 수년 내 존폐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 △입법불비에도 가혹한 책임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등이 계속된다면 일선 경찰의 APO 기피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간한 국정감사정책자료집의 학대예방경찰관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업무 만족도' 질문에 응답 경찰 248명 중 111명(44.8%)이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아동학대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137명(55.2%)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APO에 대한 기피 현상이 극에 달하자, 경찰 수뇌부는 문제가 APO 인력 부족에 있다고 보고, 전문성을 가진 인원 위주로 내후년까지 APO 260명을 확충하고, 5년 장기 근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되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력 충원에만 초점을 맞춰 개인 의사를 무시한 인사 발령이 날 가능성이 높고, 의무 근무 기간까지 둬 일선 경찰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다.
과거 APO 근무를 한 경찰 관계자는 “APO에 대한 기피 현상은 과중한 업무도 있지만, 관련 법이 미비한데도 책임은 무한히 지는 현 상황에 있다”고 꼬집었다.
“가해자를 설득하는 방법 외에는 학대 행위를 하지 말라고 강제로 제재할 법적 제도가 없다.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분명한 이유다”라며 “그런데도 정인이 사건 등이 발생하면 부실 대응으로 몰아 줄줄이 징계를 받는 게 현실이다”고 그는 말했다.
부실 대응 징계... 경찰 내부서는 “똥 밟았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뒤 생후 1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망한 고(故) 정인(입양 전 본명)양 사건으로 경찰은 관련자를 줄줄이 징계했다. APO 감독 책임이 있는 여성·청소년과 계장은 인사조치와 ‘경고’ 처분을, 총괄책임자 전·현직 여성·청소년과 과장 2명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APO 2명은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 이외에도 몇 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에 불복한 이들도 있었으나, 인사혁신처는 “본 건 징계위원회의 판단이 타당하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재수가 없었다’, ‘똥 밟았다’는 자조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찰 간부는 “동료의 징계에 ‘똥 밟은 거지’, ‘재수가 없었지’라며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현장 직원들 사기가 너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불응이나 회피로 현장 출입을 거부하는 경우 이를 처벌하는 규정도 없는 곳에서 근무하는 게 APO다”라며 “최소한 피해 아동 보호 활동에 대해서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