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간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의 공급업체에 일부 제품의 수출을 허가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나온 움직임으로, 양국 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로이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공급업체에 각각 113건, 188건의 수출 라이선스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수출 규모로는 화웨이 공급업체가 610억 달러(약 72조원), SMIC 공급업체가 420억 달러(약 49조원)어치다.
로이터는 이번에 허가된 품목이 대부분 덜 민감한 품목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기간 화웨이에 승인된 113개 라이선스 가운데 80개가 민감하지 않은 품목이었고, SMIC의 경우 188개 중 121개였다.
화웨이와 SMIC는 각각 2019년 5월,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기업들이 부품 판매 등으로 화웨이, SMIC와 거래할 때마다 사전에 미국 행정부의 승인받아야 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개선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우선 2단계 무역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2020년 초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중국이 2020∼2021년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000억 달러(약 235조원) 추가 구매키로 한 것이 골자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이 소통 확대를 점진적으로 진행 중인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미·중은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 화상회담을 통해 양자 경제무역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다만 미국 내부적으로는 반발이 심한 듯하다. 특히 공화당 내 대표적 대중 매파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화웨이와 SMIC의) 공급업체들이 계속해서 면제받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공산당의 경제·안보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또 다른 사례"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