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과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 한파’에 호빵, 어묵 등 겨울 먹거리 수요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식품업계도 일찌감치 신제품을 내놓으며 겨울철 수요 공략에 분주한 모습이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10월 중 서울에 한파특보가 내려지는 것은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서울의 경우 체감온도가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기온은 5도 이하를 기록했다. 이번 추위는 23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호빵 매출은 전주 동기(6~12일) 대비 136.0% 급증했다. 즉석 오뎅은 52.6%, 군고구마는 48.6% 매출이 뛰었다.
추운 날씨에 생각나는 온장음료 매출도 올랐다. 두유는 31.8%, 꿀물 10.3% 등 일제히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국물류 제품 매출도 증가했다. 라면은 8.4%, 국·탕·찌개 가정간편식(HMR)은 8.1% 매출이 상승했다.
식품업계는 때 이른 추위에 동절기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SPC삼립은 ‘삼립호빵’을 간편하고 실용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호찌머그’를 호빵과 세트로 구성해 시즌 한정 판매한다. 호찌머그는 호빵 찜기와 머그컵을 하나로 합친 굿즈다.
SPC삼립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한파가 이어졌던 지난 주말 SPC삼립의 호빵 매출은 전주 동기 대비 230% 이상 증가했다”며 “차별화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삼립호빵 브랜드 알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국물 요리·온음료 신제품 출시 러시
국물 요리 신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일 ‘비비고 국물 요리’ 프리미엄 신제품인 ‘비비고 도가니곰탕’과 ‘비비고 꼬리곰탕’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집에서 맛 내기 어려운 메뉴, 좋은 재료, 풍성한 건더기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국물 요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트렌드를 신제품 출시에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차돌된장찌개, 갈비탕, 차돌육개장 등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은 계속 늘면서 올해 9월 누계 기준으로 비비고 국물요리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2019년(프리미엄 비중 15%)과 비교하면 2년 새 2배 이상 높아졌다.
하림도 쌀쌀해지는 시기를 겨냥해 라면 신제품을 선보였다. 하림은 지난 14일 ‘The(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 신제품은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 각종 양념채소를 20시간 끓인 진짜 국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스프의 형태도 분말이 아닌 국물을 그대로 농축한 액상을 사용했다.
풀무원은 15일 ‘멸치 가쓰오우동’, ‘해물 가쓰오우동’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가쓰오우동은 가쓰오부시(훈연가다랑어포)육수에 깊은 감칠맛이 뛰어난 소다가쓰오부시(물치다랑어포)를 추가했다. 해물 가쓰오우동은 가쓰오육수 베이스에 바지락과 다시마로 우려낸 해물육수가 함께 어우러졌다.
풀무원 관계자는 “우동 성수기를 맞아 풀무원이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가쓰오 우동을 가정에서 간편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라인업을 새단장했다”고 설명했다.
온장음료 신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 18일 코코아에 산뜻한 페퍼민트의 풍미를 더한 ‘미떼 핫초코 민트초코’를 내놨다.
코코아 분말과 천연 민트 향료를 적절히 배합했다. 평소 민트초코 맛을 선호하는 민트초코 마니아뿐만 아니라 특별한 맛의 핫초코를 즐기길 원하는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는 게 동서식품 측의 설명이다.
동서식품은 티백 제품인 ‘동서 한잔용 보리차’도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은 기존 2L용 보리차 제품에 대해 ‘소량 단위로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찬물에서도 잘 우러났으면 좋겠다’는 꾸준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 추위로 겨울 먹거리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식품업체들의 4분기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