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 이자도 못갚는 기업에 17조원 '밑빠진 독 물 붓기'

2021-10-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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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대출액 1조는 회수도 어려워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한계기업에 산업은행이 내준 대출액이 17조원이 넘고, 이 가운데 1조원은 기업 부실로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산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3년 이상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에 산은이 취급한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7조1720억원이다. 이 수치는 2016년 말 15조9000억원에서 2018년 말 11조7000억원으로 줄었으나,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46.3%(5조4309억원) 급증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총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은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다는 의미다. 기업이 이자를 낼 만큼도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산은이 자금을 공급한 한계기업 수는 올해 6월 703곳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 중 156곳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한계기업)이면서 신용등급이 CCC 이하인 기업이었다. 산은이 한계기업 전체에 내준 대출액(17조1720억원)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금액은 1조162억원이었는데, 부실금액은 모두 이들 156개 기업에서 발생했다. 신용등급 CCC 이하는 현 시점에서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때 부여된다. 산은이 1조원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부실금액을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1개사 3698억원 △중견기업 18개사 5158억원 △중소기업 106개사 1229억원 △창업 및 벤처기업(7년 이내 설립한 중소기업) 77억원 등이다.

신용등급 CCC 이하인 한계기업에 대한 부실률은 4년 반 만에 2배 이상 치솟았다. 2016년 말 34.9%였던 부실률은 올해 6월 말 72.0%로 뛰었다. 이 기간 부실금액은 1조8291억원에서 1조162억원으로 44.4%(8129억원) 줄었으나, 대출잔액이 5조2345억원에서 1조4118억원으로 크게 감소한 결과다.

국민 세금으로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인 산은이 1조원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밑 빠진 독 물 붓기'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한계기업 전체의 부실률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신용등급 B 이상인 기업을 포함한 한계기업 전체에 대한 부실률은 2016년 말 11.5%에서 올해 6월 말 5.9%로 내렸다.

산은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이다 보니 부실채권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200조가 넘는 전체 영업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부실금액 1조원은 건전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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