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오징어게임' K콘텐츠 열풍이 마냥 기쁘지 못한 이유

2021-10-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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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최근 한국에서 제작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세계 83개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달고나 뽑기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반스 흰색 실내화 매출은 무려 7800% 증가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오징어게임'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난투극까지 벌어지는 등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오징어게임'은 단연 화제다. 지식재산권(IP)이 넷플릭스에 귀속되는 탓에 아무리 세계적 화제작을 만들어도 제작사는 일정 수익 이상을 받을 수 없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재주는 '오징어게임'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봉 후 성적에 따라 제작사의 수익이 결정되나,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제작비의 약 120%가량을 선지급한다.
정치권의 집중 질타를 받았으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패를 우려하지 않고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을 위해 몸을 사렸다면 '오징어게임'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 등을 통해 '오징어게임'은 10년 전에 구상한 작품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투자를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로 제작 환경이 변화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고민해야 할 것은 수익 배분보다 플랫폼 역량이다. 디즈니플러스까지 상륙을 앞둔 상태에서 토종 OTT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앱 사용자 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910만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했다. 2~4위인 웨이브(319만명), 티빙(278만명), U+모바일tv(209만명)를 모두 더해도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시장에서도 이만큼이나 차이 나는데, 여기에 넷플릭스는 거대한 해외시장까지 확보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는 넷플릭스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토종 OTT가 앞다퉈 거액의 투자를 선언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에 나섰으나, 아직 눈에 띄는 대박 작품은 나오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이 굳어진다면 한국은 글로벌 OTT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는 회당 약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준에서는 상당한 규모지만 회당 제작비가 600만~700만 달러(약 72억~84억원)에 달하는 '왕좌의 게임' 같은 해외 대작과 비교해 가성비가 뛰어나다. 비용 부담도 적은 데다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히니 글로벌 OTT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재주는 한국 창작자가 넘고, 돈은 글로벌 플랫폼이 벌게 되는 것이다. 당장의 성공에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플랫폼 육성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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