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물론 홍수·가뭄 같은 수재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게 됩니다. 북한 임진강댐 방류 현황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죠."
지난달 30일 충남 당진시 대호방조제.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 부처와 LIG넥스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자원위성에 들어갈 레이더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영상레이더(SAR)를 실은 지상모델 실험용 차량이 시속 70㎞ 속도로 4㎞ 이동했다. 지상모델은 위성 탑재체에 관한 지상 실험과 검증 등을 목적으로 개발한 장비를 말한다. 영상레이더가 측정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 방조제 인근 수자원 현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한이 임진강댐에서 물을 방류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수자원위성이 하루 2회 한반도 상공을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남한은 물론 북한 수위 현황도 신속하게 파악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북한이 예고 없이 방류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지상모델 차량 실험을 마친 관계자들은 충남 태안군 한서대 태안비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광역 고해상도 관측용으로 자체 개발한 영상레이더 빔포밍 시제품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빔포밍(Beamforming)은 안테나 여러 개를 일정 간격으로 배열, 각 안테나에 들어오는 신호 진폭과 위상을 바꾸어 신호를 강하게 송·수신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댐·하천 유역 물 탐지와 토양수분 산정, 수리구조물 안전성 감시 등에 쓰인다. 개발에는 국내 위성기업 루미르 등도 참여했다.
이상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자원위성 탑재체는 위성장비 국산화 개발 전력과도 연계돼 있다"며 "관련 장비 설계 제작부터 조립, 시험 등을 국내 개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연구팀은 관련 장비를 항공기에 탑재해 보령댐 유역 영상을 확보하고 댐수위 정보 등을 관측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정부는 토종 수자원위성으로 수출도 노리고 있다. 태국·베트남 등 수재해가 많고 우리나라가 이미 진출한 동남아 지역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수자원위성은 여러 형태로 수출이 가능하다. 황 센터장은 "수자원위성은 위성 자체는 물론 위성장비, 수자원과 홍수·가뭄 현황 데이터 등을 각각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위성은 한국형 차세대 중형위성 5호다. 홍수와 가뭄, 녹조·적조 등을 감시하고 저수지를 비롯한 수자원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내년부터 4년간 예산 1427억원을 들여 개발한다. 대부분 우리 기술을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발사는 2025년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신속한 개발을 위해 2019년부터 올해까지 LIG넥스원·루미르 등 민간업체와 함께 주요 장비를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개발(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수자원위성 개발 사업이 국내 민간 위성산업 육성과 수출 기반도 만들 수 있게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는 수자원 전용 위성은 우리나라 수재해 대응 기술을 한 단계 올린다는 의미가 있다"며 "성공적인 개발로 첨단 관측체계를 구축해 수재해에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