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행] 붉은 노을과 바다, 그리고 대관람차…당진으로 가야 할 이유

2021-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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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삽교호놀이동산 밖에서 바라본 대관람차 [사진=기수정 기자]

과연 우리는 언제쯤이면 바라고 원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는 게 생각처럼 녹록지 않다.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요즘이다. 

봄은 살랑이는 봄바람과 함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시리고 쓸쓸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들려 한다. 어지러운 시국만큼이나 마음이 어지럽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고 부담 없이, 짐 없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목적지는 충남 당진이다. 당진은 태어날 때부터 퍽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생경한 고장이 됐다. 익숙한 이유는 어머니의 고향이기 때문이었고, 생경한 이유는 가깝지만 명절 때나 겨우 돌아볼 만큼 자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여러 명소를 돌아보며 마음에 위안도 삼고, "나름 알찬 여행이 됐다"며 스스로 위안하기 좋은 곳, 당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지였다. 
 

폐교 곳곳이 인증사진 명소인 아미미술관 [사진=기수정 기자]

 

◆폐교의 재탄생···아미미술관

방탄소년단과는 무관하다. 그저 아미산 자락 아래 있어서 이름이 '아미'가 됐다. 프랑스어로 친구를 뜻하는 'ami'이기도 하다. 아미산 자락 아래 지어진, 친구처럼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이라는 의미를 품은 셈이다. 

아미미술관은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여행지로 통한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화보 못지않은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덕이다.

시골 정취를 품은 예술 공간 아미미술관은 관장 박기호 구현숙 부부가 낡은 폐교를 다듬고 꾸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역의 건축, 문화, 풍속, 생활상 등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개방하는 생태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은 평소 자연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야외 조각 및 설치 미술품을 전시한다.

미술관 내 다섯 개의 전시실과 복도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아미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커다랗고 네모진 창으로 눈부신 햇살이 가득 쏟아진다는 것이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예술작품은 방문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레지던스 작가들의 숙소와 지베르니 카페도 있다. 미술관을 방문한 대부분의 관람객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세 탓에 방문객 수를 축소 운영 중이다. 
 

솔뫼성지 내에 자리한 김대건 신부 동상 [사진=기수정 기자]
 

◆김대건 신부의 신앙이 꽃피운 곳···버그내순례길

당진은 순교자들의 길이자 신앙의 선배들이 걸었던 순례길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버그내순례길이다. 

가톨릭에서 성지순례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성스러운 땅인 성지와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거나 성인들의 유적지인 성역을 방문해 경배를 드리는 행위다. 신(神)의 발현이나 위대한 종교적인 인물 때문에 신성시되는 장소를 참배하러 가는 여행인 셈이다. 

버그내순례길은 삽교천의 물줄기를 중심으로 내포의 사도라 불리던 이존창 루도비코의 탄생지와 활동지였다. 특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집안이 이곳에서 신앙을 꽃피웠다. 

이중환은《택리지》에서 내포를 '충청도에서 제일 좋은 땅'이라고 전했다. '내포'는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까지 들어와 포구를 이루어 배들이 드나들며 새로운 문물을 전해주는 장소였기에, 서양의 선교사들이 이곳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활발히 활동했다.

버그내순례길은 주요 성역이 되는 솔뫼성지와 원시장, 원시보 형제의 탄생지와 활동무대, 신리성지의 다블뤼 주교와 교우촌, 박해가 끝나고 탄생한 합덕성당 공동체로 이어진다.

순교자들의 아픔을 품은 이곳은 최근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비대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버그내순례길은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로도 선정됐다.
 

삽교호놀이동산 밖에서 바라본 대관람차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붉은 노을·황금 들판·대관람차의 조화···삽교호놀이동산

어려서부터 당진을 다녔지만 이곳에 복고풍의 놀이동산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10개 남짓 들어선 추억의 놀이기구가 소소한 즐거움을 안기는 곳, '삽교호놀이동산'이다. 이곳 역시 인증사진 명소로 주목받는 곳이다. 

대관람차는 다분히 낭만적이고, 회전목마는 기억의 언저리에 있던 동심을 끄집어낸다. 밤에는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해 더욱 낭만적이다.

삽교호 놀이동산은 당진 야경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거대한 무지갯빛 관람차에 눈이 멀어 발걸음이 절로 향한다.

자유이용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입장료 없이 들어가 탑승할 놀이기구를 정한 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대형 테마파크가 아닌 지역의 소규모 놀이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삽교호 놀이공원에는 범퍼카, 디스코 팡팡, 바이킹, 회전목마, 스페이스 샷(자이로드롭과 유사) 등 작은 규모와 다르게 알차고 흥미로운 놀이기구가 준비돼 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시키는 덕분인지 연인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으러 많이 방문한단다.

살짝 노을이 질 때 방문하면 하늘의 형광 주황빛과 삽교호 놀이동산의 붉은 놀이기구가 어우러져 너무 예쁜 색감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가성비 좋은 삽교호 놀이공원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당진의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사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놀이동산 밖에 있다.

놀이동산을 빠져나와 마주하는 '황금들판'과 '대관람차'의 조합이 퍽 이색적이다. 붉은 태양과 황금 들판, 형형색색의 대관람차가 이루는 조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국내 유일한 광경일 듯하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당진 왜목마을 [사진=지엔씨21 제공]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마주하다···왜목마을

서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왜목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다를 동서로 양분하면서 당진시의 최북단 서해로 가늘고 길게 뻗은, 특이한 지형을 하고 있어 해 뜰 무렵 마을의 바닷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서해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일몰은 석문면 대난지섬와 소난지섬 사이의 비경도를 중심으로 마주할 수 있다.

해발 70m가량의 왜목마을 뒷산인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왜목마을 서쪽에 대호간척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왜목의 바다가 펼쳐지는 풍광과 마주할 수 있다. 이처럼 대호간척지와 왜목의 서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석문산 정상은 일출을 볼 수 있는 왜목마을의 또 다른 명소다.

왜목마을 해양경비초소 옆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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