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내년 3월까지 재연장하기로 했다. 만기가 다시 늦춰지는 자금은 21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재연장에 따른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하고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해 보완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당정협의에서 이달 말 종료되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금 상환 연기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환이 어려운 차주가 연체의 늪에 빠지기 전에 채무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제도(사전채무 조정제도)와 신복위 신용회복제도를 개선해 지원대상 확대 및 이자 감면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약 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만기 연장된 대출은 209조7000억원 규모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대출 만기를 늘려주고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해주는 6개월짜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대출금 상환 연장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에 똑같은 조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만기 연장된 대출이 갈수록 늘면서 부실 뇌관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월 추가 연장 결정 당시 대출 규모는 130조원이었지만 6개월 사이에 2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명분에 수긍하면서도 자산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연장 조치로 210조원에 달하는 돈을 2년 가까이 빌려주면서도 차주의 상환 능력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11조원이 넘는 재난 지원금을 책정했기 때문에 반대할 수도 없다”면서도 “상환 능력이 파악되지 않은 차주에게 계속 대출 만기와 이자 유예 조치를 적용하는 것은 자산건전성을 흔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출 만기 금액이 늘면서 금융권은 그동안 차주 상환에 따른 단계적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금융권도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다"며 "다만, 금융권은 차주의 상환부담 누적 등을 고려할 때 단계적 정상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에 상환 유예 채권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오늘 논의된 내용은 정책집행 과정에서 충실히 반영하겠다”며 “금융기관이 상환 유예 채권의 부실 문제도 빈틈없이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