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는 협회가 지난 2018년 실시했던 조사 결과(100개사 573개) 보다 15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후보물질 발굴 등 R&D 초기 단계부터 임상 3상에 이르는 연구개발 전주기 과정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이 3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임상 단계별로는 △선도·후보물질(403건, 27.3%) △비임상 397건(26.9%) △임상 1상 266건(18.0%) △임상 2상 169건(11.4%) △임상 3상 116건(7.9%) 순이었다. 특히,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3상 등 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모두 2018년 조사 보다 2배 이상 확대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이 가운데 임상 3상의 증가세(274.2%)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 제약기업, 바이오벤처 파이프라인 균등 분포
또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 등 산업계 전반에서 신약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1000억원 기준으로 구분한 대·중견기업(55개사)과 중소·벤처사(138개사)의 파이프라인은 각각 641개(43.4%), 836개(56.6%)로 집계돼 비중 면에서 큰 편차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대‧중견기업은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기타 신약 파이프라인 중에서 합성신약(375개, 58.5%) 비중이 제일 높았다. 반면 중소∙벤처사는 바이오신약(399개, 47.7%)을 가장 많이 보유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3년간 라이선스 인·아웃이 대폭 활성화되는 등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 외자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라이선스 이전은 2019년 36건에서 2020년 105건, 2021년 1분기 85건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물질별로는 바이오신약이 58건(45.7%)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어 합성신약(34건, 26.8%), 기타 신약(21건, 16.5%) 순으로 집계됐다.
◆ 제약 바이오 업계, 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로 ‘전환’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협회는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가 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로 변모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1500개에 육박하는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업 간 개방형 혁신의 활성화 등 이번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성과가 기업체들의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제약 바이오 업계는 영업이익(7.34%, 2019년 기준)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2019년 기준 미국(18.2%), 일본(17.3%)에 비해 낮지만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
원희목 회장은 “제약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한두 기업이나 품목의 성공을 뛰어넘어,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들로 이뤄진 산업군 전반의 인프라와 R&D 역량이 강화될 때 글로벌 제약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규모는 물론 내용에서도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의지와 과감한 투자가 산업 토양과 체질을 바꿔 놓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