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홍콩증권거래소의 기업공개(IPO) 열기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최근 열흘 사이 상장을 신청한 기업만 2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이팅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부문 담당자는 최근 중국증권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최근 홍콩거래소에 상장하려는 회사가 워낙 많고, 기업 종류도 다양해 일손이 부족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사실 지난 6~8월 중순까지만 해도 홍콩 IPO시장은 비교적 부진했다.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에 상장기업 성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장 건수가 줄었다.
8월 1일부터 13일까지 IPO가 단 1건에 불과했을 정도다. 1월 1일~8월 13일 기준으로도 새롭게 상장한 기업은 65개이며 조달한 총 자금은 346억 달러(약 40조600억원)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글로벌 IPO 시장에서 나스닥과 상하이거래소 등에 비하면 부진하다.
그런데 최근 홍콩 IPO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상장을 희망하는 바이오테크 기업과 신경제 회사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천 담당자는 설명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 2018년 6월 기술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 등이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안정적 회사 운영을 뒷받침하는 장치다. 알리바바, 샤오미, 메이퇀, 징둥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중국 본토의 규제 강화로 인해 이 차등의결권의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A주(본토증시)에서 재무 적격 판정을 받지 못한 많은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차선책으로 홍콩증시 상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천 담당자는 해석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 분위기 속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도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다시 상장 시기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상장 신청 요건도 기업들의 홍콩증시 진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내년 1월부터 기업의 순익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상장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홍콩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상장 이전 3년간 순이익이 최소 8000만 홍콩달러(약 116억원)에 달해야 한다. 기존(5000만 홍콩달러)보다 60% 상향되는 것이다. 상장 직전 회계연도 순익도 2000만 홍콩달러에서 3500만 홍콩달러로 상향 조정됐으며, 그 직전 2개 회계연도 누적 순이익은 최소 4500만 홍콩달러에 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