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참사, 현대산업개발·하도급·재하도급사 포함한 단톡방 있었다

2021-09-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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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재하도급 사실 몰랐다" 부인

현산, 한솔, 백솔 관계자 모두 있는 단톡방 존재

유가족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물어야"

[사진=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조사 보고서]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84일이 지났다. 원청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발생 후 지금까지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참사 유가족들이 “불법 재하도급 감독을 소홀히 한 현대산업개발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물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어, 조만간 열릴 관련 재판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1일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의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현장작업지시를 위한 단체 카톡방(이하 단톡방)이 있었고, 해당방에는 하도급사인 한솔기업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재하도급사인 백솔건설의 대표도 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의 현장 소장과 직원은 해당 단톡방을 통해 건물 철거 관련 작업지시를 수행했다. 현대산업개발 A 부장은 해당 단톡방에 백솔건설 대표를 초대하면서 “단톡방에 백솔 대표님을 초대한 건 원활한 소통과 적극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단톡방 멤버로 있던 현장소장 또한 해당 카톡방을 통해 “건물 철거시 외부 신호수나 감시자 무전기 소지하고 봐주세요” 등 업무 지시를 내리곤 했다.  
 
이렇듯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 하도급사인 한솔기업, 재하도급사인 백솔건설 관계자 모두가 단톡방에서 소통을 했다는 점에 비춰,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는 현산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가 확인한 묵인 정황은 해당 단톡방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7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사고 전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었다. 다만, 현대산업개발 측이 계속해서 사실 인지 여부를 부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황 등은 발표하지 않았었다. 
 
보고서도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도 건축물 해체공사 재하도급에 관련해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이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언급했다. 
 
더구나 협력업체 한솔기업 관계자는 “실제 철거방식 회의 등 현대산업개발과 협의된 것으로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붕괴사고의 원인인 무리한 해체방식과 과도한 성토에 대해서도 현산 측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영욱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지난달 9일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HDC현산이 불법 하도급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현대산업개발이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다"며 "그러한 전체 과정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관련 정보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조만간 관련 재판이 본격화되는 만큼, 묵인 정황은 재판 결과에 중요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참사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재하도급 업체 사장 등 일부만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데 그치면서 핵심 책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불법적 재하도급에 대해 감시를 소홀히 한 책임을 지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으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질 부분이다"며 "재하도급은 알 수 없었던 부분이라는 것은 기존과 같은 입장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해당 사건과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현대산업개발(HDC) 현장소장 서모(57)씨·공무부장 노모(57)씨·안전부장 김모(56)씨 등 총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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