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단 도미노] 가계부채 대책이 전세대출 중단? 민심은 폭발

2021-08-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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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중단 확산 우려에 실수요자 혼란 가중

정치권, 시중은행 대출 중단에 금융당국·금융권 비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A씨는 지난 27일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신청했다. NH농협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면서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여러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나서야 아직 대출할 수 있다는 안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농협은행을 비롯해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전세금 마련 등 당장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혼란을 빚고 있다. 또 일부 은행의 경우 고객센터와 일선 영업점의 안내가 달라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9일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세대출을 중단한 은행과 이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지난 27일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B씨는 “전세대출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에 다른 은행을 찾고 있다”면서 “믿었던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다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숱한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을 막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까지 막히면서 당장 전·월세를 올려주고 이사해야 하는 국민이 불안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집값과 전·월세를 사상 최고로 올려놓고는 대출까지 막는 것은 서민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며 “그런데도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나라만 이런 게 아니다’라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국민 사과까지 해놓고 금세 딴소리를 늘어놓고 있다"며 "'K 방역'은 자화자찬, 'K 부동산'은 물타기 전략이냐”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유 전 의원은 “일말의 부끄러움이 있다면 이렇게 국민을 우롱할 수는 없다”며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그만 좀 괴롭혀라. 집 때문에 대출이 필요한 국민은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지난 25일 “숱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농협 등 일부 금융기관은 전세자금 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실수요자인 서민들은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라고 우려했다.

“도대체 충분한 검토 후에 시행하는 정책인지, 아니면 ‘현금박치기’가 가능한 일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이토록 서두르듯 부동산·금융정책을 추진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동안 무주택자인 서민들은 부동산대출을 통해서 월세에서 (반)전세로, (반)전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왔는데 아예 그 사다리가 없어졌다”며 “도대체 일반 실수요자인 서민들이 범죄자인가, 위법행위를 했나,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냐고 질타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출규제 강화는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에 불과하다. 실수요자들은 이제 돈 구하러 은행에 전전해야 하고,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면서 “부동산·금융당국에 묻는다. 돈줄 막힌 실수요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물론 전세대출이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이는 부분도 있고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세대출에 대한 별도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점층적 개선방안을 내놔야지, 무턱대고 막아버리는 것은 결코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중에 전세대출이 왜 높은지, 전세대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어떤 개선 노력을 했는지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제자리에 있는 서민들이, 현장에서 어떤 고통과 어려움 속에 처해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불요불급한 측면에서 과열된 시장의 규제나 관여를 해야지, 지금 이 상황은 모든 것을 다 컨트롤하겠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에 이어 금융정책도 ‘누더기’로 만들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예고된 재앙은 그사이 대비를 하므로 생각처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고되지 않은 재앙이 무서운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전세자금대출은 총량에서 제외하고, 서민의 주거·계층·신용 ‘사다리’ 걷어차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가계대출 중단과 관련해 비판과 동시에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라도 중단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라도 중단해 가계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자고 주장했다.

김한정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로 징수한 금액이 2020년 2758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에도 1266억원에 달했다. 이 중 가계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가 2020년 2286억원으로 전체의 82.9%를 차지한 데 이어 2021년 상반기에도 1013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1149억원으로 전체의 50.3%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담보대출이 656억원(28.7%), 기타대출 271억원(11.8%), 신용대출 210억원(9.2%)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중도상환수수료가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고객이 약정 만기 전에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지급해야 하는 금전을 말하며 조기상환수수료 또는 조기상환 제재금으로 불린다”고 짚었다.

실제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2020년 기준)를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621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451억원, 우리은행 417억원, NH농협 399억원, 신한은행 374억원의 순이다.

김 의원은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대출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는데, 대출을 조기 상환하려는 고객에게 제재금 성격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를 한시적으로라도 중단해 중도상환을 유도함으로써 가계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고 정책의 일관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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