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특히 공익신고서 주장과는 달리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금 조처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이 대검에 보고한 문서가 있는 것도 확인되면서 검찰이 '수사외압'을 어떻게 입증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 이 고검장 측은 재판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고검장 측은 "공소장 기재 자체에 따르더라도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과 피고인 사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안양지청 수사에 개입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2차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2019년 6월 18일 김 전 차관 측에 출금 정보가 유출된 의혹에 대해 수사하던 중 이규원 검사가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금 조처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사 비위 발생 보고를 작성했다.
그러나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이 고검장이 수원지검 안양지청 지휘부에 연락해 김 전 차관 측에 출금 정보를 유출한 의혹만 수사하고 나머지는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공익신고서의 주장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보고'라는 제목의 문서를 2019년 6월 19일자로 대검에 보고했다.
또 당시 봉욱 대검 차장이 윤대진 검찰국장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 이성윤 반부패부장에게 불법성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문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자는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됐다.
이 같은 내용들이 확인되면서 이 고검장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에는 큰 허점이 생긴 모양새다.
이날 재판부 또한 공소사실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을 보니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안양지청장(이현철 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의 자발적 판단에 따라 수사 중단을 지시한 것처럼 돼 있다. 안양지청장이 자발적으로 (수사 중단을) 판단했다면 직권남용죄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안양지청장이 직권남용 대상자냐"라고 물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검찰은 "안양지청장이 소속 검사에게 수사 중단하라고 지시한 동기가 상부 지시라는 것"이라며 "당연히 자발적 판단이 아니라는 취지로 기재했다"고 답했다.
공소사실상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 행위 상대방이 누구냐는 물음에는 "아직 (관련자에 대한) 공소 제기가 안된 상황에서 밝히기 어렵지만 안양지청장만 오로지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검찰은 안양지청장을 비롯해 수사를 담당한 일선 검사 2명의 수사권도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