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화학주 피크아웃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정유·화학 기업들이 상반기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른 '래깅효과'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유가가 횡보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특수를 누릴 수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는 이날 전일 대비 1.06% 하락한 배럴당 68.0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WTI는 8거래일 연속 60달러대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달 13일 배럴당 75.25달러로 치솟았지만 지난 4일 배럴당 68.15달러로 하락한 후 70달러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한 배경에는 델타변이가 자리한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종결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가 델타변이를 중심으로 재확산 하면서 경기재개 시점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경기재개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0일 델타변이의 유행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세 둔화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유가를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 유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OPEC+(석유수출국기구)에 원유 증산을 요구했다.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시점에서 높은 유가가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며 실제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정유·화학주의 실적이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투자의견 '매도'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가 조정은 3분기 실적 둔화와 수요감소 때문"이라며 "이유가 수요감소에 있는 만큼 정유사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함께 납사 및 제품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NCC를 주로 생산하는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 등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