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人사이드] '진보 실세' 워런, 파월 연임 가로막나?...연준 인사 놓고 '물밑 싸움' 시작

2021-08-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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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임기가 만료하는 가운데,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물밑 싸움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파월 의장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여당인 민주당 내 진보파의 반대로 이 가능성에 먹구름이 꼈다는 지적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내 진보 인사들이 내년 파월 의장의 연임 반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2월 5일 취임한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5일부로 종료한다.

연준 의장의 경우 미국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1회 연임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2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왼쪽부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랜들 퀄스 연준 금융감독부의장, 레이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사진=연방준비제도]


다만, 그간 대체적인 분위기는 파월 의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점치는 모양새였다. 파월 의장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경제 충격을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공화당 성향의 연준 의장임에도 코로나19 사태 수습 과정에서 노동시장 강화(실업 감소)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운용하며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에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WSJ은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이 파월의 금융권 규제 완화 성향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 대봉쇄 사태 당시 은행권의 유동성 공급 기능을 강화(시중 대출 확대)하기 위해 은행 자기자본 규제인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을 1년 기한으로 완화했다. 이는 대형 은행이 전체 자본 규모에서 일정 비율(최소 35%)의 자본을 미국채와 지급준비금 등으로 보존하도록 제한하는 규제다.

다만, 당시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은 금융권에 대한 감시·규제 완화에 우려를 표했지만, 연준의 의결 과정에서 민주당 성향의 레이얼 브레이드너드 연준 이사만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을 뿐이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일각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향후 코로나19 사태 정상화 과정에서 현임 파월 의장보다 민주당의 정책 코드를 더욱 잘 맞출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WSJ은 민주당의 전직 상원 정책보좌관들을 비롯한 '파월 반대론자'들이 최근 워런·브라운 의원 등 유력 진보 인사들과 접촉해 백악관에 연준 의장 교체를 압박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들 진영이 선호하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는 단연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다. 현재 연준 이사회 중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은 민주당 성향의 이사일 뿐 아니라 금융권 규제 강화 등 각종 정책 기조에서도 이들 세력과 보조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일 워런 의원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파월 의장이 지나치게 대형 은행을 보호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파월 의장의 연임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 의장을 콕 집어 지목하진 않았지만, 브레이너드 이사의 정책 노선을 칭찬하며 그를 지지하는 입장을 에둘러 내비쳤다.

특히, 워런 의원의 경우 자신의 측근 여럿을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금융 규제 당국 인사에 들여보냈을 만큼 최근 해당 현안에서 '실세'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인물이 '빅테크 반독점 규제 3인방'으로 꼽히는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과 조너선 캔터 미국 법무부 반독점 국장,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고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사진=AFP·연합뉴스]


반면, 파월 의장의 연임을 점치는 입장 역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선, 파월 의장이 현재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인프라 투자법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고용 관리와 연준의 긴축 전환 결정 등 코로나19 사태 정상화 과정에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책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 파월 의장을 연임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만만찮다.

파월 의장이 공화·민주 양당에서 두루 지지를 받는다는 점도 변수다. 파월 의장이 공화당 성향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꺼린다는 점에서 정치적 색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2017년 당시 84명의 상원의원이 파월 의장 인준에 찬성했으며 이 중 68명이 여전히 현역 의원으로 재직하고 있기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월 의장을 연임한다면 의회에서 공화당과의 불필요한 대립을 피할 수도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과 재닛 옐런·벤 버냉키 전 의장.[사진=CBS 영상 갈무리]


지난달 29일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연준 인사를 대거 교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공석(연준 이사 1명)이거나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하는 연준 이사회 자리는 무려 4개에 달한다. 파월 의장 외에도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의 이사 직위가 내년 1월 31일부로 만료되며, 랜들 퀄스 연준 금융감독부의장의 직위 역시 올해 10월 13일로 끝난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9월 이전에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들 4개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향후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봤다.

민주당 진보 세력의 의견을 받아들여 브레이너드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거나, 인선 시기가 임박한 의장과 금융감독부의장을 우선 지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연임하고 브레이너드 이사를 차기 금융감독부의장으로 기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회 및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 현황. 붉은색 바탕은 가까운 시일 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 지명할 수 있는 자리.[출처=연방준비제도·그래픽=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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