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불길한 신호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분기 글로벌 경제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 내 델타 변이 확산은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부 지표들은 이미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줄고 있으며, 항공편도 줄어들고 있다. 구글 이동 데이터에 기반한 결과, 사람들의 업무와 소매 관련 활동은 점차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도 대도시 중심으로 경제 봉쇄에 나섰다. 영국 항공데이터 제공 업체(OAG)에 따르면, 중국의 예정된 항공 수용력(air capacity)은 지난 1주간 32% 감소하면서 팬데믹 이후 가장 가파르게 줄었다. 제공하는 좌석 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도 여행 재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아시아 수출업체들은 위기가 시작된 이후 재택 기술에서부터 의료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북아시아 생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반면, 동남아 제조업체들은 활황에도 침체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IHS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6월 53.5에서 7월 13개월 만에 최악의 수치인 40.1로 급락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초 비필수 업종의 공장 문을 닫으라고 명령이 내려지면서 의류업 등 비필수 산업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수출도 둔화 우려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 수출은 최근 급증했다. 대유행 이후 반도체에서 충전용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출하량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HSBC 홀딩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전자제품 관련 수출이 정점을 찍은 것일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외 소비자 수요의 반등으로 혜택을 보던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의 수출국들도 수출 엔진이 느려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 6월 39.8%, 7월 29.6% 늘었지만, 향후 몇 달간 공급망 불확실성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지금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의 델타 변이 확산이 상황을 바꿀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비요른 반 로예 선임 글로벌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 그는 "현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불투명성은 여전히 높으며, 경기 하향 위험성도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델타 변이 확산은 이미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끌어내리고 있으며, 이 같은 경향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내의 백신 접종률도 크게 떨어지면서, 감염자 폭증의 위험이 늘었다. 블룸버그가 존스홉킨스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가 중남미를 제치고 세계 최악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이 지역은 북아프리카와 남사하라 지역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IHS마킷의 판징이 경제부소장은 아시아에서 불거지는 백신 공급 문제 악화는 글로벌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