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보드카페부터 도박장까지... 방역 수칙 비웃는 홀덤펍

2021-08-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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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 영업 신고로 방역 사각지대에 들어간 '홀덤펍'

지자체 별로 다른 방역 지침에 일반 업주는 혼란 호소

일부 업장은 도박판으로... "법으로 엄중히 대응해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방역 당국이 고위험 시설 영업을 제한했지만, 음지에서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 중 홀덤펍은 변칙 영업을 이용해 방역 지침 범위에서 벗어나 도박장으로까지 변질된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 사각지대에 들어간 '홀덤펍'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한 홀덤펍이 속출하는 중이다. 홀덤펍이란 술을 마시면서 카드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형태의 주점이다. 홀덤은 각 참가자가 2장의 카드를 공통 카드 5장과 조합해 승부를 겨루는 포커 게임이다.
 


홀덤펍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오후 10시 이후에만 운영이 제한된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홀덤펍을 집합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홀덤펍은 음지로 이동해 영업을 시도했다. 부산 북구경찰서는 지난달 29일 비밀리에 영업을 하고 있던 홀덤펍 업주와 손님 9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23일에는 경남 창원의 한 홀덤펍이 방역 수칙에 따라 최대 35명까지 수용할 수 있지만, 손님 44명을 받아 단속에 걸렸다.
수도권에서도 홀덤펍 관련 적발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 5월 부천 원미경찰서는 한 홀덤펍에서 새벽까지 영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업주 A씨와 손님 등 23명을 검거했다. 인천에서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방역 수칙 위반으로 적발된 홀덤펍이 18곳에 달한다. 서울 한 경찰 관계자는 “홀덤펍도 집합금지 대상이라 단속을 나가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다. 제보도 받고 점검 차원에서도 나가고 있으며 최근에 방역 수칙 등 관련 문제로 예의주시 중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홀덤펍은 계속되는 거리두기를 못 버티고 ‘보드(게임) 카페’나 ‘자유업’ 등으로 영업 신고를 하는 변칙을 시도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홀덤펍은 일반·휴게음식점으로 신고하고 텍사스 홀덤 등 카지노 형태의 게임 등을 하면서 주류·음료·식사류 등을 함께 제공하는 곳이다. 반면, 홀덤펍을 일반·휴게음식점이 아니라 자유업이나 보드 카페로 업종을 신고하면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집합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 수칙의 사각지대를 파고들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이 변칙 영업을 선택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막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홀덤펍처럼 운영되는 보드 카페를 방문했다는 20대 A씨는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때이기도 하지만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몇 군데를 돌아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홀덤 관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까지도 보드 카페를 빙자한 홀덤펍을 다녀왔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변칙 영업이 성행하자 당국도 칼을 뽑았지만, 홀덤펍은 여전히 방역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홀덤펍을 ‘텍사스 홀덤 등 카지노 형 카드 게임을 즐기는 곳’으로 규정한다고 공지했지만 각 지자체가 적용 중인 기준은 제각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 부처에서 관련 지침이 내려왔지만, 지역별로 일관되게 적용하기가 어렵다. 유흥시설이나 음식점 위주로만 단속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결국 방역선 넘은 홀덤펍... 일반 업주는 억울함 호소

불법 홀덤펍 광고 [사진=정석준 기자]
 

사각지대에 안착한 홀덤펍은 아예 대놓고 방역 수칙을 위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기자가 포털 사이트에 홀덤 관련 검색을 시도하니 곧바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업주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손님을 모았으며 ‘블라인드’, ‘방수’, '바이인' 등 게임 관련 은어를 사용하면서 개장 시간, 입장료 등을 공지했다. 한 업주는 ‘철통 보안’을 가장 먼저 강조하기도 했다.

업소 개장시간은 대부분 저녁시간 이후로 '집합 금지'를 넘어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 수칙까지 무시했다. 일부 업소는 음료와 음식을 무한정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한 업주는 “전날에도 아침까지 영업을 했다. 만포(게임을 하는 자리가 가득 차는 만석 상태)였고 손님이 원할 때까지 게임이 가능하다. 단속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홍보했다.

일부 업소는 아예 ‘도박장’으로 운영됐다. 일반적인 홀덤펍은 음식·음료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따로 일정 금액을 입장료 개념으로 낸다. 이후 게임을 즐기고 남은 칩을 다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면 불법이다. 텔레그램을 통해 손님을 모집한 업소는 모두 입장료와 베팅 금액 등을 현금으로 표시해 도박이 진행됨을 암시했다. 앞서 A씨는 “일부 테이블에서는 칩을 통해 실제 돈이 오갔다. 그걸 보니 내가 갔던 곳이 홀덤펍으로 위장한 도박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홀덤펍 관련 방역 수칙 위반 사례가 꾸준히 나오자 기존 홀덤펍 업주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홀덤펍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칸막이를 설치하고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하도록 했지만, 일부 업소들이 변칙 영업을 하거나 아예 도박장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낙인이 찍혔다. 불법 업소를 신고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또한 “지자체별로 홀덤펍 관련 방역 수칙이 달라 업주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역 당국과 거리두기 관련해서 협의를 마쳤지만 최근 확산세로 무산돼 다시 막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법 테두리를 벗어난 홀덤펍의 방역 수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면 당연히 출입자 명부 작성이나 거리두기 같은 방역 수칙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역학 조사도 어려워 GPS나 재난 문자를 통해 접촉자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는 어려우니 법적인 면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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