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 더위와 싸우는 선수들..."죽으면 책임지냐"

2021-07-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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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쓰러지는 선수도 발생... 추최 측, 경기 시간 바꾸기도

지난 26일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비치발리볼 호주 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경기에서 데미안 슈만 선수가 땀을 닦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 중인 선수들이 또 하나의 경쟁자, 열사병과 싸우는 중이다.

30일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개막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고온다습한 일본의 무더위에 불만을 표했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인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28일 경기 중 주심에게 “만약 내가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며 따졌다. 세계 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역시 시합을 저녁에 진행해 달라고 주최 측에 재차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도쿄도(東京都) 고토(江東)에 있는 올림픽 테니스 코트의 온도는 한낮 햇볕을 받아 50도까지 오른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날부터 테니스 경기 시작 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변경했다.

지난 23일에는 양궁에 출전한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폭염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곰보에바는 열사병 진단을 받았다.

살인적인 더위가 경기에 변수로도 작용했다.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종목에서 ‘절대 강자’로 꼽히는 나이자 휴스턴(미국)은 결선에서 7위에 그쳤다. 휴스턴은 “너무 더워서 보드가 휜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의 무더위를 경고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스웨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업체 ‘핵사곤’은 폭염 속에 치러지는 도쿄올림픽 육상경기가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7월 도쿄 기후평균인 기온 27도에 습도 70%인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스타디움 트랙 1만m를 달린 선수의 심부체온(몸 안쪽 온도)은 39도까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과 발 체온은 37도까지 올랐다. 인간 체온은 37도 안팎인 경우 보통이라 보고 38도 이상인 경우 ‘고열’로 판단된다.

기온과 습도를 각각 32도와 90%로 올리면 1만m를 달린 선수의 심부체온은 39.7도까지 오른다. 특히 머리 쪽 심부체온도 39.2도에 달했다. 뇌는 열에 취약해 체온이 지나치게 오르면 뇌신경세포가 죽거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케이스 한나 헥사곤 부대표는 “이번 시뮬레이션은 경기환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신체가 극단상황에 몰렸을 때 어떤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도쿄에서 열사병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6만5000명, 사망자는 1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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