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국력'인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대학이 무너지게 생겼다. 사교육과 해외유학은 여전히 성행하고, 대선 주자들은 당대 젊은 층을 대변한다며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지만 사장되거나 합의 없이 추진되기 일쑤다. 이에 본지는 총 6회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의 참의미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3월 새학년 시작이 2일에서 9일로, 또 23일로 미뤄지더니 결국 4월 9일에 온라인으로 교사·학생이 마주했다. 당시 개학이 차일피일 연기되자 교육계에서는 '가을학기제 도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업 공백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으니 아예 9월에 새학년을 시작하자는 취지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9월 신학기제로 변경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혼란한 상황에서 새 시스템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나이·학년 차이에서 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다. 대다수 학부모가 온라인 개학을 더 선호했다.
◆학제 개편 숱한 시도에도 공론화에 그쳐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3월 새학년 시작이 2일에서 9일로, 또 23일로 미뤄지더니 결국 4월 9일에 온라인으로 교사·학생이 마주했다. 당시 개학이 차일피일 연기되자 교육계에서는 '가을학기제 도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업 공백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으니 아예 9월에 새학년을 시작하자는 취지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9월 신학기제로 변경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혼란한 상황에서 새 시스템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나이·학년 차이에서 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다. 대다수 학부모가 온라인 개학을 더 선호했다.
◆학제 개편 숱한 시도에도 공론화에 그쳐
우리에게 익숙한 3월 새학년제는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됐다. 그 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시기에는 각각 4월에 새학년을 시작하는 3학기제, 9월에 시작하는 2학기제를 거쳤다.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후에는 다시 9월에서 4월로 입학 시기가 조정됐다. 이렇듯 부침을 겪다가 자리잡은 3월 새학년제는 큰 잡음 없이 현재까지 이어졌다.
대신 틈틈이 가을 새학년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6월 교육개혁위원회는 세계적 기준에 맞춰 학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에 '학제 개편 공론화'를 주요 정책으로 담아 논의가 더 활발했다. 당시 교육부 등 관련부처는 2년 더 빨리, 5년 더 길게 일하는 사회를 표방한 '2+5 전략'을 발표하면서 가을 새학년제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관련해 취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등의 전반적인 학제 개편이 논의됐다. 새학년이 시작되는 시기를 3월에서 9월로 앞당기고, 군 복무기간도 단축하는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추진이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009년 11월 미래기획위원회가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내용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4년 12월 정부경제정책 방향에서 가을학기제 도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학제 국제 통용성이 유학생 모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초등학교 입학을 만 5세로 앞당기고, 동시에 초등 5년-중·고교 통합과정 5년으로 학제를 바꾸는 학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장벽은 높았다.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교육 문제를 경제 논리로 접근한 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결국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채 묻혔다.
◆학계·학부모 반발 커···"혼란 가중 싫다"
학제 개편은 대선 공약으로도 등장했다. 2017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교육부 폐지와 학제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핵심 내용은 만 3세부터 유치원 2년, 초등 5년, 중·고등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 또는 직장으로 이어지도록 학제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교육을 가능케 하고, 대학 입시로 왜곡된 보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공론화에 만족해야 했다.
실제 지난해 8월 발간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계간지 교육광장 여름호에는 학제 개편에 대한 교사·학생·학부모 인식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다. 교사·학부모 응답자 1388명 중 85%는 현행 '6-3-3-4 학제'가 그대로 유지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도 현행 만 6세 기준을 가장 선호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워낙 자주 바뀌긴 해도 학제 개편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수능이나 군 복무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장유유서가 분명한 나라에서 나이-학년 차이에서 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없어진 빠른 생일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학교 급간 연계나 초-중등, 중-고등 통합운영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지난 2019년 열린 '한·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학제 개편 논의는 이제 초기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확산하는 새로운 모습의 학교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학습자 삶을 중심에 둔 학제 개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