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격상시 숙박 취소 위약금 면제?··· 실제론 '주인 마음'

지난 4월 1일 안산시 민박펜션발전협회 관계자들이 민박펜션업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이모씨(29)는 다음 주 여름 휴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휴가지인 경기도 가평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돼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4인 동반 여행을 계획했던 이씨는 숙소 예약을 취소해야 하지만 2박에 70만원에 달하는 숙박비가 마음에 걸린다. 이씨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위약금 감면 대상이다. 하지만 이씨가 예약한 펜션의 주인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숙소 예약을 중개한 에어비앤비 측도 “환불 정책은 호스트(숙박업주)의 재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씨는 “위약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현재의 기준은 실효성 없는 기준"이라며 "결국 생돈을 날리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불가피하게 숙박시설 예약을 취소한 경우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해당 기준이 강제력 없는 권고사항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소비자와 숙박업주 사이에서의 분쟁은 늘고 있고, 양측을 중개하는 숙박앱 플랫폼 사업자도 덩달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감염병 발생 시 위약금 감면 기준(소비자분쟁해결기준)' 준수를 당부하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숙박업중앙회, 한국호텔업협회, 민박협회, 야놀자‧여기어때‧에어비앤비 등 숙박업 플랫폼 사업자에 발송했다. 

이 기준을 보면, 코로나19로 사업자 또는 이용자가 계약 해제를 요청했을 때 거리두기 조치로 사실상 이동이 제한되거나 모임이 불가능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대응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코로나19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숙박업주가 있는가 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업주들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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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유모씨(53)는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 시국에 예약을 잡았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자영업자만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예약 당시 환불 규정을 밀고 나가야 한다’ 등의 대응 방식 공유도 이뤄지고 있다.

숙박앱 플랫폼 사업자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와 숙박업주 간 예약을 중개하는 역할을 할 뿐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로부터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준수를 당부받긴 했지만, 숙박업주가 선택할 사안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야놀자‧여기어때‧에어비앤비 등은 환불 규정과 관련해 숙박업주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제휴점(숙박시설)마다 개별적인 환불 정책을 운용하기 때문에 위약금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면서 “여기어때는 중개판매업자이기 때문에 제휴점에 환불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고객들의 환불 문의가 늘고 있어 본사에서 직접 제휴점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숙박업주도 우리에게는 어렵고 중요한 고객들이라 무조건 위약금을 받지 말라고 강제할 수 없다”며 “이런 구조를 알기 때문에 공정위도 강제가 아닌 권고라는 형태를 취했을 텐데, 숙박앱 플랫폼이 책임 논란에 휘말리게 돼 속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