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 아닐 거라 예상했다. '추격자' '곡성'으로 국내 공포·스릴러 분야(장르)를 꽉 잡은 나홍진 감독, 그리고 '셔터' '샴'으로 태국 공포 영화 일인자로 추앙받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뭉쳤다니.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영화 관람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였다. 두 사람이 협업한 영화 '랑종'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영화 자체에 호불호가 있을지는 몰라도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건 확실했다. 개봉 하루 전 예매율은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를 훌쩍 넘었을 정도니까.
영화 '랑종'은 타이어로 무당을 의미한다. 태국 이산 지역의 작은 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페이크 다큐멘터리(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허구의 상황을 실제처럼 가공한 영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곡성' 이후 나 감독이 '일광'의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어 직접 시나리오 원안을 쓰고 제작까지 맡았다고. 이 무시무시한 작품의 연출은 태국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맡았다.
아주경제는 영화 개봉 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의 문제작 '랑종'을 탄생시킨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랑종'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일문일답
나홍진 감독이 쓴 시나리오 원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 나홍진 감독의 시나리오 원안에는 한 여성의 극적인 인생이 담겨있었다. 그가 이상 증세를 겪으며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나홍진 감독의 팬이라고 들었다. 같이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 믿어지지 않았다. 나 감독의 팬이었기 때문에 '이게 실제인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협업하고 나서는 중압감과 압박감을 느꼈다. 천재 감독과 일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같은 장소에서 일할 수는 없어 그가 원하고 있는 바를 완전하게 이해했는지 우려가 있었다. 조금 더 노력해야 했다.
'셔터' '샴' '피막' 등으로 태국 공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작과 '랑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명확하다. 제가 만든 공포 영화는 허구이며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현재의 장면을 보며 앞으로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다. '랑종'의 경우는 서서히 분위기를 따라 젖어가고 공포를 느끼며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한국 시사회에서 여러 반응이 있었다. 인상 깊었던 반응을 꼽자면
-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무서워서 극장 밖으로 나갔다'라는 반응을 들었는데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더라.
영화 공개 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근친상간, 식인, 성폭행, 영아 살해와 동물 학대 등 금지된 소재들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 수위에 관해 이야기가 많았는데
- 촬영할 때도 조심스럽게 여긴 부분이다. 나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장면이나 설정들은 원안에 있는 내용에 제가 태국 무속인을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 만들었다. 꼭 필요한 장면만 넣었다. 잔혹성이나 선정성을 피하고자 (해당 장면들은) 어둡고 흐리게 찍었고 CCTV 장면으로 대체했다.
처음부터 예정되어있던 수위라는 이야기인가
- 처음 생각한 등급은 15세 관람가였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바뀌었다. 나 감독님과 상의 끝에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관람 등급보다는 완성도를 생각해 작업했다. 각 장면의 수위는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적절하게 연출될 수 있도록 했다. 관객은 선정적이고 무섭다고 느끼지만, 실제 화면은 그렇지 않다.
나홍진 감독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수위를 더 높이고 싶어 했다고 하던데
- 아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농담처럼 하신 이야기일 거다. 각 장면 수위는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심사숙고해 결정한 거다. 이보다 높은 수위를 원하지는 않았다.
직접 태국 무속인들을 취재했다고 들었다. 취재를 통해 시나리오 원안이 달라지기도 했나
- 태국 무속 신앙을 잘 알지 못했다. 깊이가 없어서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취재하면서 태국 무속 신앙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취재하면서 한국 무속 신앙과 태국 무속 신앙이 닮은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시나리오 원안의 기조를 지키면서 태국의 현지화를 위해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었다고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나
- 악령에 관한 부분이다. 이산 지역 사람들은 죽은 사람 외에도 모든 것에 혼이 있다고 믿고 있다.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혼이 있다고 믿는다는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몇몇 설정과 영화 속 악령을 추가했다.
극 중 '님'이 모시는 '바얀 신'은 어떻게 탄생했나
- '바얀 신'을 만드는데만 1년 가까이 걸렸다. 저희 팀 3명이 태국의 여러 무속인을 조사하며 영감을 받은 부분을 섞어 만들었다. 석상의 디자인부터 어떤 의식을 치를 것인지 논의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신을 만들었다.
극 중에는 무속 신앙과 기독교 종교 간 갈등도 담긴다. 태국 내 무속 신앙은 어떤 의미인가
- 취재하면서 태국에 많은 무당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명확하게 사기꾼처럼 보이는 이도 있었고 장사꾼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상담가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마을의 무속인은 우울증 증세를 겪는 이를 상담해주며 정신적인 지지를 해주기도 하더라. 제가 취재한 것만으로는 태국 무속 신앙에 관해 정의하기가 어렵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태국 역시 믿는 이들도, 믿지 않는 이들도 있다.
영화 말미 '님'이 믿음에 혼란을 겪고 끝내 죽임을 당한다. 영화의 독특한 지점이다
- 저도 놀랐다(웃음). 나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고 '님'이 도중에 죽임을 당하는 걸 보며 의아하고 충격이 크더라. 관객도 그럴 거라고 본다. 이 부분이 다른 공포 영화와 차별점이기도 하다.
쿠키영상 속 '님'의 모습은 관객에게 또 한 번 충격과 혼란을 준다.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한 건가
- 영화를 만들며 나 감독과 '엔딩에 관해 어떤 의미라고 정의하지 말자'라고 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객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끔 하고 싶었다. 악과 원죄 그리고 신앙과 믿음에 관한 고민이나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랑종'을 기점으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영화는 어떤 변화를 맞을까
-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 영화를 보며 무서움을 느끼는 게 어려워진다. (공포 영화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나홍진 감독과 아리 에스터 감독('유전' '미드소마' 연출가)의 작품을 만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시대의 공포 영화였다. 예전 영화에는 없는 특별함이 있다. '랑종'은 연출가로서도 큰 도전이었다. 관객이 서서히 공포감을 느끼도록 해야 하는 부분, 바로 그 점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예상대로였다. 두 사람이 협업한 영화 '랑종'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영화 자체에 호불호가 있을지는 몰라도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건 확실했다. 개봉 하루 전 예매율은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를 훌쩍 넘었을 정도니까.
영화 '랑종'은 타이어로 무당을 의미한다. 태국 이산 지역의 작은 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페이크 다큐멘터리(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허구의 상황을 실제처럼 가공한 영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곡성' 이후 나 감독이 '일광'의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어 직접 시나리오 원안을 쓰고 제작까지 맡았다고. 이 무시무시한 작품의 연출은 태국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맡았다.
아주경제는 영화 개봉 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의 문제작 '랑종'을 탄생시킨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랑종'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나홍진 감독이 쓴 시나리오 원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 나홍진 감독의 시나리오 원안에는 한 여성의 극적인 인생이 담겨있었다. 그가 이상 증세를 겪으며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나홍진 감독의 팬이라고 들었다. 같이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 믿어지지 않았다. 나 감독의 팬이었기 때문에 '이게 실제인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협업하고 나서는 중압감과 압박감을 느꼈다. 천재 감독과 일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같은 장소에서 일할 수는 없어 그가 원하고 있는 바를 완전하게 이해했는지 우려가 있었다. 조금 더 노력해야 했다.
'셔터' '샴' '피막' 등으로 태국 공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작과 '랑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명확하다. 제가 만든 공포 영화는 허구이며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현재의 장면을 보며 앞으로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다. '랑종'의 경우는 서서히 분위기를 따라 젖어가고 공포를 느끼며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한국 시사회에서 여러 반응이 있었다. 인상 깊었던 반응을 꼽자면
-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무서워서 극장 밖으로 나갔다'라는 반응을 들었는데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더라.
영화 공개 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근친상간, 식인, 성폭행, 영아 살해와 동물 학대 등 금지된 소재들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 수위에 관해 이야기가 많았는데
- 촬영할 때도 조심스럽게 여긴 부분이다. 나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장면이나 설정들은 원안에 있는 내용에 제가 태국 무속인을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 만들었다. 꼭 필요한 장면만 넣었다. 잔혹성이나 선정성을 피하고자 (해당 장면들은) 어둡고 흐리게 찍었고 CCTV 장면으로 대체했다.
처음부터 예정되어있던 수위라는 이야기인가
- 처음 생각한 등급은 15세 관람가였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바뀌었다. 나 감독님과 상의 끝에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관람 등급보다는 완성도를 생각해 작업했다. 각 장면의 수위는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적절하게 연출될 수 있도록 했다. 관객은 선정적이고 무섭다고 느끼지만, 실제 화면은 그렇지 않다.
나홍진 감독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수위를 더 높이고 싶어 했다고 하던데
- 아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농담처럼 하신 이야기일 거다. 각 장면 수위는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심사숙고해 결정한 거다. 이보다 높은 수위를 원하지는 않았다.
직접 태국 무속인들을 취재했다고 들었다. 취재를 통해 시나리오 원안이 달라지기도 했나
- 태국 무속 신앙을 잘 알지 못했다. 깊이가 없어서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취재하면서 태국 무속 신앙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취재하면서 한국 무속 신앙과 태국 무속 신앙이 닮은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시나리오 원안의 기조를 지키면서 태국의 현지화를 위해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었다고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나
- 악령에 관한 부분이다. 이산 지역 사람들은 죽은 사람 외에도 모든 것에 혼이 있다고 믿고 있다.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혼이 있다고 믿는다는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몇몇 설정과 영화 속 악령을 추가했다.
극 중 '님'이 모시는 '바얀 신'은 어떻게 탄생했나
- '바얀 신'을 만드는데만 1년 가까이 걸렸다. 저희 팀 3명이 태국의 여러 무속인을 조사하며 영감을 받은 부분을 섞어 만들었다. 석상의 디자인부터 어떤 의식을 치를 것인지 논의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신을 만들었다.
극 중에는 무속 신앙과 기독교 종교 간 갈등도 담긴다. 태국 내 무속 신앙은 어떤 의미인가
- 취재하면서 태국에 많은 무당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명확하게 사기꾼처럼 보이는 이도 있었고 장사꾼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상담가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마을의 무속인은 우울증 증세를 겪는 이를 상담해주며 정신적인 지지를 해주기도 하더라. 제가 취재한 것만으로는 태국 무속 신앙에 관해 정의하기가 어렵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태국 역시 믿는 이들도, 믿지 않는 이들도 있다.
영화 말미 '님'이 믿음에 혼란을 겪고 끝내 죽임을 당한다. 영화의 독특한 지점이다
- 저도 놀랐다(웃음). 나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고 '님'이 도중에 죽임을 당하는 걸 보며 의아하고 충격이 크더라. 관객도 그럴 거라고 본다. 이 부분이 다른 공포 영화와 차별점이기도 하다.
쿠키영상 속 '님'의 모습은 관객에게 또 한 번 충격과 혼란을 준다.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한 건가
- 영화를 만들며 나 감독과 '엔딩에 관해 어떤 의미라고 정의하지 말자'라고 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객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끔 하고 싶었다. 악과 원죄 그리고 신앙과 믿음에 관한 고민이나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랑종'을 기점으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영화는 어떤 변화를 맞을까
-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 영화를 보며 무서움을 느끼는 게 어려워진다. (공포 영화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나홍진 감독과 아리 에스터 감독('유전' '미드소마' 연출가)의 작품을 만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시대의 공포 영화였다. 예전 영화에는 없는 특별함이 있다. '랑종'은 연출가로서도 큰 도전이었다. 관객이 서서히 공포감을 느끼도록 해야 하는 부분, 바로 그 점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