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6년 차 베테랑 배우 이성민에게서 또 낯선 얼굴을 발견했다. 영화 '고고70' '변호인' '방황하는 칼날' '군도' '손님' '보안관' '목격자' '남산의 부장' 등 수없이 많은 작품을 찍고 때마다 다른 인물을 연기해냈지만 '제8일의 밤' 진수는 또 다른 면을 품고 있었다. 아주 가까운 인물부터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인물까지 자유자재로 오갔던 이성민이 그려진 '제8일의 밤' 속 진수. 한국형 오컬트 분야의 진수를 담아냈다.
영화 '제8일의 밤'은 오래전 부처에 의해 봉인된 '붉은 눈'과 '검은 눈'이 봉인을 풀고 세상을 고통 가득한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려는 8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운명인 전직 스님 진수는 동자승 청석과 함께 '그것'을 다시 봉인하려 하고 형사 태호는 의문의 죽음들이 그들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 뒤쫓는다.
영화 '제8일의 밤'은 지난 2019년 촬영을 마친 뒤 지난해 극장서 개봉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 범유행으로 넷플릭스에서 개봉하게 됐다. 아주경제는 영화 공개 후 이성민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그와 함께 영화와 새로운 플랫폼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소감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다음은 배우 이성민과의 일문일답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땠나?
- '제8일의 밤'에 출연한 배우로서 (영화에) 만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안타까움보다는 낯설다고 할까. 아직 어색함이 크다. 그래도 어떻게든 코로나19 시국 속 관객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8일의 밤' 속 주제나 메시지에 항상 관심이 있었다고 밝혀왔는데. 구체적으로는 어떤 점이 이성민의 흥미를 끈 건가?
- 최근 양자역학에 푹 빠졌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다일까? 고민한 적이 있는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 물리학 강의를 보고 관심이 커졌다. 우주는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거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눈이 아닌 실제 원자를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외계인이든 뭐든 다른 차원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그런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때 '제8일의 밤'을 만나게 된 거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나고 깨달음을 얻은 셈인가?
-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는 제가 관심이 있는 것에 관한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와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별거 아닌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제8일의 밤'의 주제인 '삶은 찰나뿐이니 고뇌하고 번뇌하지 말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극 중 묵언 수행을 하는 건 청석인데 진수도 못지않게 수련 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스스로 벌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 진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남이 볼 수 없는 걸 보고 많은 영혼을 천도(薦度)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일(죽은 이의 넋을 천도하는 일)이 굉장히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뇌와 번민이 크고 그것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을 과묵한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한 거다. 최대한 절제하려고 한다.
영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다루고 있다. 실제 이성민은 어떤가? 그런 존재를 믿는 편인가?
- 저는 가톨릭 신자다. 요괴 같은 건 믿지 않는 편이다. 다 마음이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진수가 어떻게 표현되길 바랐나?
- 역할을 두고 상의하거나 질문이 많은 편이 아니다. 스스로 진수 캐릭터를 두고 고민해왔다. 감독 역시 진수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달라는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
'미스터 주'에 이어 또 한 번 특수효과(CG) 작업이 주를 이루는 작품에 출연했다. 연기할 때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 '미스터 주'가 워낙 특수효과(CG)가 많다 보니 '제8일의 밤'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보고 연기하는 게 이제 익숙하더라. 다만 '미스터 주'는 상대를 대충 머릿속에 그리고 연기할 수 있었는데 '제8일의 밤'은 오컬트 분야다 보니 어떻게 묘사될지 모르겠더라. 감독님께서 예상한 그림을 보여주시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더라. 그런 점이 어려웠던 것 같다.
'제8일의 밤'은 '재회'의 장이기도 했다. 박해준·남다름과 오랜만에 만나 연기했는데
- (박)해준의 경우는 함께 연극을 하던 친구였다. 드라마 '미생'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굉장히 낯설더라. 우리가 연극을 할 때 양복을 차려입고 멋지게 연기할 일이 없었다(웃음). '제8일의 밤'은 이미 서로가 이쪽 일에 적응이 된 상태라 그런지 편했다. 상쇄된 상태라서 그런가 보다. (남)다름 군은 드라마 '기억' 때 아들로 만났다. 당시 사춘기였던 기억이 난다. 배우로서 고민이 많은 친구였는데 다시 만나니 훨씬 성장하고 성숙해있더라. 연기가 폭넓어졌다.
'제8일의 밤'이 이성민에게 준 변화가 있다면?
- 장르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 사실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한 역할이 아니라 판타지적인 요소로 확장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졌다.
영화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데
- 처음이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되다니. 색다른 경험이다. '전 세계에서 공개'된다는 말도 너무 이상한데 같은 시간 해외에서도 이 영화를 보고 있다니 신기하다. 체감되지 않는 새로움 같다. 영화 개봉하고 이쯤 되면 리뷰나 성적으로 흥행을 알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그런 게 없어서 어렵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상처받지 않으니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다.
영화 '제8일의 밤'은 오래전 부처에 의해 봉인된 '붉은 눈'과 '검은 눈'이 봉인을 풀고 세상을 고통 가득한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려는 8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운명인 전직 스님 진수는 동자승 청석과 함께 '그것'을 다시 봉인하려 하고 형사 태호는 의문의 죽음들이 그들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 뒤쫓는다.
영화 '제8일의 밤'은 지난 2019년 촬영을 마친 뒤 지난해 극장서 개봉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 범유행으로 넷플릭스에서 개봉하게 됐다. 아주경제는 영화 공개 후 이성민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그와 함께 영화와 새로운 플랫폼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소감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다음은 배우 이성민과의 일문일답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땠나?
'제8일의 밤' 속 주제나 메시지에 항상 관심이 있었다고 밝혀왔는데. 구체적으로는 어떤 점이 이성민의 흥미를 끈 건가?
- 최근 양자역학에 푹 빠졌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다일까? 고민한 적이 있는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 물리학 강의를 보고 관심이 커졌다. 우주는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거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눈이 아닌 실제 원자를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외계인이든 뭐든 다른 차원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그런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때 '제8일의 밤'을 만나게 된 거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나고 깨달음을 얻은 셈인가?
-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는 제가 관심이 있는 것에 관한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와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별거 아닌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제8일의 밤'의 주제인 '삶은 찰나뿐이니 고뇌하고 번뇌하지 말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극 중 묵언 수행을 하는 건 청석인데 진수도 못지않게 수련 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스스로 벌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 진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남이 볼 수 없는 걸 보고 많은 영혼을 천도(薦度)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일(죽은 이의 넋을 천도하는 일)이 굉장히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뇌와 번민이 크고 그것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을 과묵한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한 거다. 최대한 절제하려고 한다.
영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다루고 있다. 실제 이성민은 어떤가? 그런 존재를 믿는 편인가?
- 저는 가톨릭 신자다. 요괴 같은 건 믿지 않는 편이다. 다 마음이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진수가 어떻게 표현되길 바랐나?
- 역할을 두고 상의하거나 질문이 많은 편이 아니다. 스스로 진수 캐릭터를 두고 고민해왔다. 감독 역시 진수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달라는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
'미스터 주'에 이어 또 한 번 특수효과(CG) 작업이 주를 이루는 작품에 출연했다. 연기할 때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 '미스터 주'가 워낙 특수효과(CG)가 많다 보니 '제8일의 밤'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보고 연기하는 게 이제 익숙하더라. 다만 '미스터 주'는 상대를 대충 머릿속에 그리고 연기할 수 있었는데 '제8일의 밤'은 오컬트 분야다 보니 어떻게 묘사될지 모르겠더라. 감독님께서 예상한 그림을 보여주시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더라. 그런 점이 어려웠던 것 같다.
'제8일의 밤'은 '재회'의 장이기도 했다. 박해준·남다름과 오랜만에 만나 연기했는데
- (박)해준의 경우는 함께 연극을 하던 친구였다. 드라마 '미생'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굉장히 낯설더라. 우리가 연극을 할 때 양복을 차려입고 멋지게 연기할 일이 없었다(웃음). '제8일의 밤'은 이미 서로가 이쪽 일에 적응이 된 상태라 그런지 편했다. 상쇄된 상태라서 그런가 보다. (남)다름 군은 드라마 '기억' 때 아들로 만났다. 당시 사춘기였던 기억이 난다. 배우로서 고민이 많은 친구였는데 다시 만나니 훨씬 성장하고 성숙해있더라. 연기가 폭넓어졌다.
'제8일의 밤'이 이성민에게 준 변화가 있다면?
- 장르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 사실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한 역할이 아니라 판타지적인 요소로 확장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졌다.
영화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데
- 처음이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되다니. 색다른 경험이다. '전 세계에서 공개'된다는 말도 너무 이상한데 같은 시간 해외에서도 이 영화를 보고 있다니 신기하다. 체감되지 않는 새로움 같다. 영화 개봉하고 이쯤 되면 리뷰나 성적으로 흥행을 알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그런 게 없어서 어렵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상처받지 않으니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