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관련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15일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전화상담 접수건수는 4만2250건으로, 전년(2만6257건) 대비 61%나 급증했다.
센터의 층간소음 관련 전화상담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만건을 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론 건설사들까지도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 '층간소음 잡기'에 특화 열전...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
삼성물산은 총 1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을 짓는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390㎡ 규모로 지어지는 이 시설은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술 개발은 물론 성능 검증을 위한 실증 주택 10가구와 측정실, 체험실 등을 짓는다. 연구시설은 2022년 4월 문을 열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고성능 바닥구조 시스템인 'H사일런트 홈 시스템 I'을 개발해 건설사 최초로 현장 인정서를 획득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층간소음 전담 조직을 꾸리고 '벽체지지형 천장 시스템' 등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했다.
한화건설 역시 최근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뛰어나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층간 차음재인 'EPP+EPS 적층형 60㎜ 층간 차음재'를 개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성능인정서까지 취득했다.
층간소음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식이 커지면서, 올해 공급된 신규 분양 단지 중 층간소음 저감특화를 선보인 단지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실제로 DL이앤씨가 지난 2월 공급한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거실과 주방, 침실에 60㎜ 완충재를 사용했고, 모든 창호를 이중창으로 설계해 외부 소음과 냉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단지는 청약에서 38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392건이 접수돼 전체 평균 6.28대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3월 KCC건설이 공급한 '안락 스위첸'도 마찬가지다. 벽식구조보다 층간소음 방지가 우수한 무량판 구조로 시공되며 기존 아파트 대비 20㎜ 더 두꺼운 230㎜ 바닥 슬래브를 적용했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평균 60대1, 최고 87.8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 역시 층간소음 잡기에 고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충격음 사후 확인 제도를 내년 7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는 아파트부터 시행하고, 아파트 각 층의 상판 슬래브 두께를 210㎜에서 24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은 과태료 부과·콰이어트 아워 적용..."주거 에티켓 변해야 바뀐다"
해외에서도 층간소음 문제는 사회적 이슈다. 다만 관련 규제를 강제로 도입하기보다 벌금을 부과하며 층간소음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관리인 차원에서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며 3회 이상일 경우에는 강제퇴거 조치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소음 피해에 대해 민법, 연방질서법, 공해방지법 등으로 최대 5000유로(약 673만원)까지 과태료를 내는 등 층간소음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호주 역시 관리사무소의 1차 경고에도 나아지지 않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그 자리에서 200∼400호주 달러(약 17만∼3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또한 시간을 정해 놓고 주거 에티켓을 정착시키는 국가들도 있다. 영국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소음을 강력히 규제하며, 이를 어길 시 1차는 약 15만원, 2차는 10배인 약 1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스위스의 경우 '콰이어트 아워(Quiet Hours)'를 정해 놓고 잠을 자는 시간대에는 샤워 등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행동을 원천 금지하는 공동주택 규약이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대거 있는 일본 역시 층간소음 규제가 있지만,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주거 에티켓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로는 층간소음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채창우 연구전략기획본부장은 "전 세계에서 강제로 의무를 지게 해서 층간소음을 규제하는 건 우리나라뿐"이라면서 "기술적으로 말고 감성적·생활 양식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국가가 나서서 고려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만 풀려고 하면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층간소음 특화' 단지 분양 봇물
하반기에 공급되는 층간소음 저감특화 분양 단지들에도 눈길이 쏠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416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을 분양할 예정이다. 하이엔드 생활숙박시설으로, 지상 8~48층에 전용면적 165~187㎡ 총 160실 규모로 구성된다.
단지는 기둥과 보를 통해 소음이 분산되는 기둥식 구조의 무량판으로 지어지며, 300㎜ 두께의 슬래브와 욕실 층상배관을 설치해 층간소음 저감효과를 극대화했다. 로이 24㎜ 창호를 적용해 단열 및 소음 차단에도 신경 썼다.
대원은 이달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321번지 일원에서 '창원 칸타빌 오션뷰'를 분양한다. 지하 1층, 지상 36~41층, 3개 동, 전용면적 63~74㎡ 총 339가구이며, 이 중 77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층간소음 최소화를 위해 층간 콘크리트 두께를 법규화된 210㎜보다 70㎜ 늘린 280㎜로 설계했으며, 지진에도 강한 최고등급 내진설계를 적용해 단지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국토부는 이달 사전청약을 앞둔 3기 신도시 신혼희망타운에 층간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성 바닥재를 비롯해 지하주차·종합보육센터·실내놀이터 등 특화 설계를 반영해 지을 계획이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약 3만 가구 중 신혼희망타운은 1만4000가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