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실을 그대로 꾸민 방에 들어서자 층간소음 1등급 기술 체험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연구원이 스마트TV에서 4등급 층간소음 기술이 적용된 아파트에서 들리는 발망치 소리를 틀자 '쿵쿵' 소리와 진동이 느껴졌다. 이어 1등급 기술이 적용된 실험실 위층에서 연구원이 발뒤꿈치를 찍으며 걸었는데도 노크 소리보다도 작았고,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21일 세종시 가람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부지 내 위치한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 35랩'을 찾아 층간소음 1등급 개발 현황과 실제 효과를 체험해봤다.
이날 방문한 데시벨35랩의 외관은 마치 도심 속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5층 규모의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전시관과 함께 아파트 전용면적 84㎡ 규모의 방이 나타났다.
비교를 위해 들려준 4등급 기준의 층간소음 소리는 발걸음의 경우 둔한 사람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의자를 끄는 등의 상황에서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반면 1등급 기준 테스트 때는 참관자 대다수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병문 LH 주택성능개선팀 팀장은 "데시벨 35랩은 정부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dB)을 뛰어넘겠다는 LH의 의지가 담겼다"며 "1347회 실증을 거쳐 층간소음 1등급을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데시벨 35랩 앞세워 층간소음 1등급 적용 속도...주택 유형도 다양화
최근 문을 연 '데시벨 35랩'은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개발을 위해 조성한 '층간소음 1등급' 전초기지다. 현재 내년 3월 전면 개방을 목표로 층간소음 1등급 기술 개발을 위한 여러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데시벨 35랩은 연면적 약 2460㎡ 규모로, 벽식구조 1개동과 라멘구조 1개동으로 건설된다. 층간소음 저감 기술별 즉각적인 비교 실증이 가능하도록 바닥 두께를 150~250㎝까지 구성하고, 층고를 달리해 다양한 시험여건을 제공할 예정이다.
LH는 데시벨 35랩을 앞세워 '층간소음 제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우선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전면 적용한다. 층간소음 1등급 저감 기술은 구조형식, 슬래브 두께, 완충재 등을 강화해 바닥충격음(소음) 수준이 37dB 이하가 되는 기술을 뜻한다. 1등급 기술이 상용화되면 법적 층간소음 하한선인 49dB보다 12dB 낮춰져 소음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총 9차례에 걸친 기술 실증 끝에 복합완충재와 고밀도 몰탈의 핵심 기술요소와 층간소음 저감 공법을 확보했다"며 "이후 총 1347회의 현장 테스트를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설계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LH는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방안도 마련한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차단 성능 1등급 벽체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라멘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의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H 층간소음 1등급 기술 민간에 개방...건설사 기술 지원 확대
LH는 이 시험시설을 민간에 개방해 안정적인 층간소음 저감 성능 확보가 가능한 기술·공법 개발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시험 시설을 활용하면 그간 시뮬레이션으로 추정해왔던 1등급 기술 성능 실증이 바로 가능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1년 이상 걸렸던 신기술 인증도 6개월 내외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해 자체 기술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지원도 추진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층간소음은 대한민국에 아파트 문화를 처음 들여온 LH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라며 "아이들이 까치발로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랫집 옆집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만드는 데 LH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