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내일(12일) 마감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연구에 삼성SDS, LG CNS, SK C&C 등 주요 SI 업체와 네이버파이낸셜·라인플러스 등 네이버 계열사, 그리고 그라운드 엑스 등 카카오 계열사가 입찰한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규모 있는 다섯 업체가 모두 참가의사를 밝힌 공공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연구는 CBDC의 운영과 관리를 위한 IT플랫폼을 모의 구축하고 그 실용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한국은행은 미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비해 CBDC 관련 제도적·기술적 필요사항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자 지난해부터 관련 연구를 해왔다. 올해 3월에는 EY한영과 함께 'CBDC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진행해 CBDC 관련 제도적 필요사항(1단계)을 검토했고, 이번에는 모의실험을 통해 기술적 필요사항(2단계)을 확인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통해 클라우드에서 운영되는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해당 IT 시스템이 현존 지급결제 시스템(화폐 발행·유통·환수 및 오프라인 결제)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성능 테스트를 수행한다. CBDC 모의실험 환경은 중앙은행 화폐의 중요성을 고려해 특정 IT 기업이나 기술에 종속되지 않게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해 구축한다.
실제로 다섯 업체는 모의실험 공고가 나올 것으로 알려진 지난 4월부터 사내에 전담 TF를 구성해 사업 입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SDS는 EY한영과 함께 이번 CBDC 모의실험에 필요한 기술적 사양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 것을 강점으로 살릴 계획이다. CBDC 모의실험이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만 검증하는 사업이 아닌 정부·은행과 민감하게 연결된 제도적 문제까지 풀어나가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관련 문제 해결 경험이 가장 많은 점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는 국내 주요 은행과 연대함으로써 이러한 삼성SDS의 입찰 전략에 맞불을 놓는다. 실제로 LG CNS는 한국은행 CBDC 3차 기술검증을 수행했고, 관련 업무 프로세스 분석과 외부 컨설팅 사업에도 참여했다. 또한 신한은행 디지털화폐 시범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를 레퍼런스로 내세울 예정이다. SK C&C도 국내 금융권 구축 사례와 블록체인 관련 레퍼런스 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의실험에는 그동안 공공사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도 참여한다. 네이버의 경우 해외에서 다진 라인플러스의 블록체인 기술과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 기술을 결합해 도전장을 낸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 엑스가 참여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제로 암호화폐를 발행해서 운영해본 경험을 강조함으로써 국내 공공·금융 관련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전망이다.
CBDC는 국가의 중앙은행이 아날로그 형태(종이)로 발행하는 기존 화폐와 달리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중앙은행이 화폐의 발행뿐만 아니라 유통과 환수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어 국가 경제에서 돈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검은돈을 양지로 끌어내고 국가 경제 계획을 더 정확하게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스웨덴·중국은 CBDC 발행을 공식화하고 관련 기술검증(PoC)과 단계적인 CBDC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러시아도 CBDC 발행 계획을 공식화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CBDC 발행은 화폐개혁과 다를 바 없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과 연준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달러가 디지털화폐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연준 내부에선 CBDC 시대에서도 달러의 화폐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달러 발행을 위한 논의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