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수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담긴 PC를 숨겨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8일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프라이빗뱅커(PB) 김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상고심의 쟁점은 김씨의 증거은닉죄의 기수시기(범죄의 구성요건이 완전히 실현되는 때)와 죄수 관계(포괄일죄 여부: 시점은 다르지만 하나의 범죄로 봄)였다.
상고심 재판부는 “김씨가 정 교수의 주거지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들을 건네받아 이를 승용차에 보관한 시점에 증거은닉죄의 기수가 성립하고, 이후 승용차와 헬스장 개인 보관함에 은닉한 하드디스크 3개 및 컴퓨터 본체가 수사기관에 최종 제출된 시점에 증거은닉죄의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가 종료됐다고 본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증거은닉죄의 성립,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고객들로부터 투자자산을 일임받아 운영하는 PB로 일하며 2014년부터 정 교수의 자산 관리를 맡아 왔다. 그는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 교수의 자택 PC 하드디스크 3개와 교수실 PC 1대를 숨겨 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는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자동차와 헬스장 개인 보관함 등에 정 교수의 하드디스크와 PC를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정 교수 자녀의 형사사건 관련 자료들(입시·학사 관련 비위 혐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이 담겨 있었다.
정 교수는 당시 검찰의 사모펀드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자 김씨에게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잘 숨겨놓으라며 증거 은닉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고 정 교수 지시에 따라 소극적 가담만 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1심은 김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은닉한 컴퓨터 본체 및 하드디스크에서 정 교수에 대한 형사사건과 관련된 주요 증거들이 발견된 점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은닉한 하드디스크를 임의로 제출했고, 자료가 삭제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에 대해 김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마찬가지로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