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상용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

2021-06-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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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글로벌 경제에서 소프트웨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일례로,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내에 소프트웨어 기업은 2010년 2개에서 2021년 8개로 증가했으며, 딜로이트의 북미 지역 고성장 기업 500개 조사에서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은 ‘95년 25%에서 ’19년 68%로 증가했다. 또한, 구글의 ‘20년 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제조업에서의 데이터 분석, 디지털 생산성 도구, 클라우드 활용률이 42~46% 증가하는 등 각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고성장을 이끄는 소프트웨어는 그때그때 주문 생산하는 소프트웨어(SI, System Integration)가 아닌 미리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서 쓰는 상용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포함)다. 상용 소프트웨어는 주문형 소프트웨어와 달리 반복 판매 가능한 지식재산을 기업이 보유할 수 있다. 상용 소프트웨어 기업은 지식재산을 적극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시 제품 혁신에 투자함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주문형 소프트웨어 발주 시 불명확한 요구사항에 따른 대가 없는 과업변경 등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년 12월 소프트웨어진흥법을 전부개정한 이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공정성이 개선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한층 더 높이 성장하려면, 보다 공정한 사업 환경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상용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IDC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 기준 상용 소프트웨어가 ’24년까지 연평균 6.4%씩 성장할 것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3.5% 정도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그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주문형 소프트웨어 위주로 발전하여 클라우드를 포함한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글로벌 평균 대비 취약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7일 정부는 공공이 앞장서서 상용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용역구축이 아닌 구매우선의 원칙을 정립하기 위해 SW사업 영향평가의 결과 반영을 의무화하고, 그간 업계의 관심사안인 유지관리요율을 실제 지급받는 비율도 실태조사를 거쳐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한다.

그 외에도 소프트웨어 기업,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이 협력을 통해 경쟁력있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고, 민간의 공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디지털 뉴딜 성과물의 해외진출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별 산업 여건을 고려해 소프트웨어 진흥단지를 조성하고 지역산업, 소프트웨어 기업, 대학 등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6월 9일에는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기관인 코드스테이츠에서 “민‧관 협력 기반의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인재를 양성만 해서는 안된다. 이 인재들이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공급되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는 그러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대규모 채용과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연봉을 일괄 인상한 사례를 보았을 때,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소프트웨어 인재는 높은 수준의 보상을 제공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좋은 일자리는 우수 인재의 소프트웨어 산업 진입을 늘리고 이들이 다시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각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선순환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 기반의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중심의 성장정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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