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도심 주거수요가 더 폭발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직주근접 선호도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도심 선호현상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최근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수요자 맞춤형 대안주거의 역할과 미래'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도 도심거주 선호 현상을 막기는 역부족하며, 교통·상업·업무 등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의 수요자 쏠림 현상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혼족, 딩크족, 은퇴인구 등 다양한 가구 형태가 늘고, MZ(밀레니얼)세대의 자유로운 삶 문화를 반영할 대안주거의 필요성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게 건산연 설명이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한달 살이'를 즐기는 수요자나 거점 오피스 같은 새로운 형태의 주거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면서 주거와 오피스의 경계가 융합되고, 지식산업센터 내에 근무하면서 내부 기숙사에 거주하는 등 주거 용도가 복합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삶의 질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노마드 라이프'를 즐기는 세대들은 거주비용이 비싸더라도 통근거리를 줄이고,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도심거주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주거 이용 변화에 맞춰 건축물 규제를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를 중심으로 한 기존 건축물 용도 분류로는 실제 사람들의 공간 이용 패턴의 변화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은 설계 구조는 동일하지만 건축 용도에 따라 주택·준주택·도시형생활주택 등으로 분류된다. 해당 분류에 따라 분양보증·분양가상한제·청약 등 가격규제와 세금에 관련된 금융규제, 발코니·기반시설 등 주택규제도 제각각이다.
건산연은 도시의 기능 향상을 위해서라도 복잡한 용도 중심의 규제를 수정하고, 지역에 따른 고밀개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서울의 경우 일반 상업지 용적률은 1300%인데 서울시 조례는 800%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는 어떨까.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상업지역 내 건축물의 63.7%는 용적률 300% 이하로 조사됐다. 도시 건축물의 절반 이상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불필요한 상업시설 끼워넣기도 문제다. 건산연은 "서울시는 도심 내 상업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음에도 상업지역 내 주거용 기본 용적률을 400%로 제한하고 있으며 연면적 30% 이상의 비주거용 의무비율도 두고 있다"면서 "도시가 원하는 수요공간과 실제 이용패턴의 괴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거용 개념을 '거처'로 변경하고, 건축물 용도 분류를 보다 유연하게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주거형태 변화를 수용해 주택 기준을 '구조'로 삼을 것이 아니라 '거처'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주택 규제가 미래의 주거 모습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자들이 규제회피형 상품을 만들 수 밖에 없다"며 "시장이 어떻게 성장할지, 도시의 기능을 얼마나 높이고, 또 실 수요자들에게 주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도심 대규모 개발시 정부가 직접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맨하튼의 철도차량기지를 복합개발하는 허드슨야드 개발 당시, 계획부터 준공까지 각 단계별 인센티브를 부여해 고밀개발을 성공시켰다.
일본의 경우 오사카 도심에서 시행되는 '주택부설제도'를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유연하게 주는 대신 임대주택공급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국가전략특구 등에서 주택을 공급하면 도시재생 기여와 관계없이 최대 300%까지 법정 용적률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