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초 주한미군의 사드(THAAD) 체계 배치가 발표된 뒤 단호한 반대 입장을 낸 중국은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이라는 경제제재 보복을 시작했다. 당국은 한국 가수 공연과 TV드라마 방영을 제한하고 항공·선박 운항과 단체 관광을 금지했다. 현지 진출 기업에 점검·조사 등 행정조치 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게임 분야에선 한국 게임의 현지 서비스를 위한 면허인 '판호' 발급과, 당시 추진되던 한·중 기업간 협력들이 중단됐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지만 올해는 한한령이 완화·해제돼 한국 기업들의 현지 사업 관련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말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와 올해 2월 핸드메이드의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 등 일부 한국 게임이 외자 판호를 발급받았고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 퍼블리셔에 판호 발급 신청을 받기 시작해, 게임업계는 이를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길이 다시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상황이다.
한글과컴퓨터는 2년 전부터 중국 오피스SW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중국 IT제품 유통업체 웨이쉬그룹과 중국·아시아 대상 오피스SW 공급과 판매를 위한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양사는 해당 지역에서 PC, 모바일, 웹 기반 한컴오피스 판매를 추진기 위해 시장조사와 공동프로젝트를 논의하기로 했다.
웨이쉬그룹은 오라클, 인텔, 애플, 델, 화웨이 등 글로벌 IT기업 제품과 서비스 1만여종을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4만8000여 유통파트너를 통해 판매하며 자체 클라우드서비스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016년 한컴오피스에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호환 워드 기능을 구현해 MS오피스 대체재를 원하는 국가 시장을 공략해 왔고, 웨이쉬그룹의 유통망을 발판 삼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컴그룹 차원에선 3년 전부터 음성인식 기술에 초점을 맞춘 인공지능(AI) 기술분야 기술개발과 사업관련 협력도 추진 중이다. 한컴그룹은 지난 2018년 6월 중국 음성인식 시장 1위 AI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과 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이플라이텍은 2017년 중국 과학기술부 차세대AI 개발사업에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함께 선정돼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였다.
한컴그룹과 아이플라이텍은 AI, 통번역·음성인식, 스마트교육, 의료서비스로봇, 자동차 관련 솔루션 등 5대분야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AI챗봇, 콜센터, 의료서비스로봇, 자동차관련 솔루션과 음성인식 기술 관련 상품·서비스 사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컴그룹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서 기술력을 검증한 한컴인터프리 자동통번역 솔루션과 음성인식 기술을 아이플라이텍 오프라인 통번역기와 음성인식 플랫폼에 적용해 국내와 중국 음성인식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예고했다.
양측은 이듬해인 2019년 3월 AI음성기술 전문 합작법인 '아큐플라이에이아이(Accufly.AI)'를 설립하고 AI음성기술을 활용하는 세부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AI기술을 접목한 AI컨택센터, 대화형 언어학습 맞춤솔루션, 음성인식 전자차트입력과 영상분석 기반 스마트헬스케어 솔루션, 번역AI 솔루션과 휴대용 통번역기 하드웨어 사업에 역량을 쏟기로 했다. 아이플라이텍의 직전 연도(2018년) 매출은 80억6000만 위안(약 1조4000억원)이었고 5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45.1%에 달했다.
한컴그룹은 국내에서 아큐플라이이에이아이 중심의 AI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아큐플라이에이아이, 한컴인텔리전스, 세종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 3자간 AI산업육성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이들은 협약에 따라 AI기술 공유·협력 체계 구축, 신규 연구과제 도출, 산학연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미래인재양성에 협력한다. 세종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는 2014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연구기반구축사업으로 설립돼 400여개 기업 AI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해 왔다.
중견SW기업 티맥스소프트는 중국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과 대만에서 주요 공공기관에 데이터베이스 제품 '티베로'를 잇따라 공급해 14억원 규모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대만 중앙정부기관 핵심시스템의 메인 데이터베이스를 오라클에서 티베로로 전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중국의 주요 성 정부가 운영하는 동시접속자 30만여명, 총 사용자 200만여명 규모의 대규모 인재관리시스템에도 티베로 도입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티맥스소프트 측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공공 SW제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미국 기업의 제품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티맥스소프트는 이런 움직임을 시장기회로 파고들어 중국의 기존 고객사인 주요 성 정부가 전년도부터 사용하던 IBM의 'DB2' 데이터베이스도 티베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티베로는 2003년 출시돼 국내외 900여 고객 3200여건의 공급사례를 확보한 제품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비용효율성을 무기로 한다.
이후 티베로는 국내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e학습터 온라인교육,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시스템 등 국내 사례와 중국을 넘어 태국 통신사 AIS 등 국내외에 추가 도입됐다. 티베로를 공급하는 티맥스소프트 관계사 '티맥스티베로'는 올해 3월 뉴타닉스와 하이브리드클라우드 환경에서 티베로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뉴타닉스의 가상화인프라 적용을 위한 '뉴타닉스 레디'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기업용 전산시스템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발 플랫폼 회사 투비소프트도 중국 시장에서 시장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투비소프트는 현지법인 '투비소프트과학기술유한회사(투비소프트 중국법인)'를 통해 중국 현지기업과의 기술협력과 서비스개발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국 항공우주과학산업그룹(CASIC) 소속 항공우주 디지털 및 스마트 기술평가 연구센터, 청두룽지자동차유한회사(成都融智汽车服务有限公司), Frog video(青蛙视频)가 협약에 참여했다.
4개사는 업무협약에 따라 중국 톈진시 지역 사회, 경제 발전을 위해 허시구에서 각 회사가 보유한 정보통신관련 기술력을 결집해 상호협력 기반의 서비스·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투비소프트는 자사 UI플랫폼 제품 넥사크로플랫폼으로 3개 중국 기업의 항공우주, 자율주행차, 미디어스트리밍 등 사업분야별 맞춤 기술을 지원하고 현지 시장진출을 위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매니지드서비스사업자(MSP)인 베스핀글로벌도 2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서 클라우드 관리 솔루션 '옵스나우' 공급을 위한 기회 창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19년 5월 베스핀글로벌 중국법인 차원에서 중국통신표준화협회(CCSA)에 가입하고 IT솔루션 제조사 레노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레노버 하드웨어 기반 클라우드 구축 솔루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스택'을 통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스핀글로벌 중국법인은 지난해 9월 중국 대형 트럭 제조사 '산시 헤비듀티 오토모빌'의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마치고 디지털 전환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산시는 국외에 '샤크만트럭'으로 알려진 자동차 브랜드로 연간 15만대 이상의 트럭을 전세계에 공급하며 중국 자율주행연구개발 분야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이 회사를 위한 하이브리드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보안과 재해복구 계획 수립을 지원했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제조 기반을 구축했다.
올해 국내에서 기업용 협업·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NHN은 2018년 8월 중국 시장에서도 시장 기회를 모색해 왔다. 오픈스택기반 클라우드서비스형인프라(IaaS) 솔루션 토스트(현 'NHN클라우드')와 게임플랫폼 '게임베이스'를 현지 전시회 '차이나조이'에 출품했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해 2월 국내 대기업 A사의 중국센터가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메신저·메일·일정관리·파일공유 기능을 포함한 협업솔루션 '두레이'의 전월 대비 2배 수준 이용량 증가도 성과였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현 '네이버클라우드')도 중국 게임사 대상 클라우드플랫폼 공급 기회를 타진해 왔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선 아니지만 국내서 수주 성과를 냈다. 중국 3대 게임사 창유가 한국에 출시한 모바일 MMORPG '일루전커넥트' 운영 인프라를 제공한 것이다. 창유는 보안이 중시되고 편리한 자원 모니터링과 간편 설정을 지원하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