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 중 이수혁은 대한민국 굴지의 정유 회사 후계자 건우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 소시오패스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인물을 도전하게 된 이수혁은 '파이프라인'에 관한 애정과 설렘을 아끼지 않고 드러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이수혁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이파네마 소년'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땠나?
-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건우'라는 역할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마침 감독님께서도 저를 '건우' 역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셨다. 정말 기분이 좋더라. 완성된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독님이 구현하고 싶은 바가 명확했기 때문에 그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평소 보여드리지 못했던 표정이나 말투 등을 그려낸 것 같아 새로웠다.
유하 감독은 건우의 몽상가적인 면면이 이수혁과 잘 어울려 캐스팅했다고 하던데
- 감독님은 기존 드라마 속 제 모습을 보고 캐스팅하셨다. 하지만 촬영을 시작하고 현장에서 대화를 나눌 땐 기존에 보여준 모습과 다른 표현을 원하셨다. 그간 드라마에서는 '멋진 역할'을 도맡았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 힘써왔다. 피부 관리부터 운동을 매일 해왔는데 '파이프라인' 건우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도 미루고 먹는 것도 편하게 먹었다. 몸은 편했는데 (역할에 관한) 고민이 컸다. 다행히 영화를 보니 멋지게만 표현된 게 아니라서 좋았다.
확실히 기존 역할과 달리 거친 면들이 눈에 띄었다. 연기할 때 고민한 부분은?
- 감독님이 생각하는 건우 이미지가 확실했다. 그에 따라서 잘 맞춰드리고 싶었다. 얼굴이나 표정 등을 드라마 속 연기와 달리 표현하고 싶었다. 큰 화면으로 보니 나름대로 원했던 바와 잘 맞는 것 같았다. 만족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관객들이) 신선하게 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
낯선 건우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 너무 멋지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건우'라는 사람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으면 했다. 촬영하면서 거울을 한 번도 안 봤다. 외모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것보다 상황에 맞는 표정이나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분위기 등을 내려고 노력했다.
외적인 모습도 역할의 일부인데
- 드라마의 경우는 스타일링에 제 의견을 많이 내기도 하는데 이번 영화는 감독님이 원하는 외모에 맞추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 인물이 통일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게 좋다. 건우는 정확한 스타일링을 가진 인물이라 좋았다.
'파이프라인'은 많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었는데
- 서인국 씨와는 세 번째 호흡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편해서 연기할 때 서로 잘 알고 배려할 수 있었다. 음문석 씨, 태항호 씨, 유승목 선배님 모두 힘든 여건 속에서도 멋지게 연기해주셨다. 고생하면서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니 즐겁게 찍을 수 있었다.
어느새 11년 차 배우가 됐다. 처음 연기할 때와 달라진 점들이 있다면?
- 모델로 데뷔해 배우로 전향했다. 모델 활동 이력은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 드라마 홍보할 때 배우가 아닌 배우로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배우라고 인식해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간 멋진 역을 도맡아 했는데 아쉬운 점도 있었나 보다
- 그렇다. '멋진' 역보다는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게 그렇더라. 멋지기만 한 역이라도 저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을 거로 생각한다. 비슷한 역할을 맡아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배우로서 확실한 목표도 있다. 다양한 모습과 역할로 많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