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정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국가에서 기업결합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M&A로 몸집을 키운 기업이 해당 국가의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심사는 각국의 반독점 기구가 맡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정위가 맡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및 SSD 사업 부문을 약 10조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맺고,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과의 인수·합병을 최종 마무리 지으려면 한국,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브라질, 싱가포르, 대만 등 세계 8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앞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3월 기업결합 승인을 했다. 유럽 반독점심사기구(EC)도 지난 21일 무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최대 복병은 중국이다. 최근 미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 기업인 인텔을 타깃으로 어깃장을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의 기업결합을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사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M&A 건을 불허했고, 미국 퀄컴의 네델란드 NXP 인수도 세계 9개 심사국 중 유일하게 반대해 무산시켰다.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 건도 6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합병 건은 미국 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하는 M&A란 점에서 기존 기업결합 심사 사례와 다를 것이란 긍정론도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최근 한·미 정상회담 기간 1조원 규모의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 중국 정부가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란 부정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창이라, 불똥이 SK하이닉스에 튈 수도 있다”며 “다만 그동안 SK가 중국에 반도체와 관련해 막대한 투자를 했고 친중 인맥을 상당히 구축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아예 반대를 하는 대신 최종심사 발표까지 시간 끌기를 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