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바이든, 루스벨트, 그리고 중국

2021-05-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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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 나왔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통령 4선에 성공한 루스벨트 대통령을 취임한 지 100일이 막 지난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그러나 정책을 추진한 내용과 방식을 보면,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1929년 대공황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신속하게 밀어붙인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바이든 대통령도 코로나 19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더 나은 재건’을 전광석화처럼 추진하고 있다.
취임일에 발표된 미국구제계획(1.9조 달러)은 3월에 입법되어 집행 중이며, 미국일자리계획(2.3조 달러), 미국가정계획(1.8조 달러)은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만약 세 부양책이 수정 없이 통과될 경우, 경기부양책의 총액은 총 6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20.8조 달러의 약 29%, 2021년 정부 예산 4.8조 달러의 약 12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미국구제계획은 코로나 19위기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소득이 줄어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에게 1인당 1,400달러를 지급하고 실업자들에게 주당 300달러를 추가 지급했던 연방 특별실업수당도 6개월 더 연장되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고 회복을 도우려는 조치로 긴급 유급 휴가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계획의 실행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021년 2월 7% 감소했던 개인 소득이 3월 21.1%로 급증했으며 소비지출도 4.2% 늘었다.

미국일자리계획의 목표는 낙후된 인프라의 재건이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경쟁력보고서는 미국의 인프라를 세계 13위로 평가하였다. 세계 최대의 경제력과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교통, 수도, 전력, 인터넷의 질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노후된 인프라를 개선하고 부족한 인프라를 신설하려는 것이다. 인프라 투자는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 단순히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서서 혁신에 필요한 연구개발 인력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일자리의 질도 높인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에도 많은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미국가정계획은 무상교육 확대, 보육 직접 지원, 보육 가정 세금 감면 연장을 통한 복지 증진 정책이다. 영유아 돌봄과 커뮤니티 칼리지에 공공지원이 적용되면 무상교육 기간이 12년에서 16년으로 확대된다. 취약 가구에 대한 보육지원과 유급 가족 휴가 및 병가 프로그램은 취업률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뉴딜정책이 공화당의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었듯이, ‘더 나은 재건’정책도 여러 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조치와 코로나 19위기 구제 지원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100%를 이미 넘어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정적자를 확대하지 않는 방법으로 증세를 선택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하했던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세금 탈루를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것이다. 증세는 본질적으로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세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은 야당인 공화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강력하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국일자리계획과 미국가정계획(1.8조 달러)의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도 심상치 않다. 금융시장에서는 경기가 과열되기 전에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이자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미 제기되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이 파월 연준 의장은 이자율이 0%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국채의 이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가 상승해 이자율이 올라간다면, 재정적자를 확대하기 어려질 것이다.

정치적 환경도 바이든 행정부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지만, 의석수 차이는 거의 없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수인 상원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야만 과반을 넘어설 수 있다. 하원에서도 차이가 현재 7석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당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바이든 대통령의 담대한 세 가지 계획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정부 역할의 변화이다. 뉴딜정책 이후 미국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계속 늘어났었다. 그러나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정부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라고 비판한 이후,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 ‘더 나은 재건’이 성공한다면, 시장-정부 관계는 다시 역전될 것이다.

두 번째는 거시경제 정책이다. 유효수요의 창출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했던 뉴딜정책에서는 재정정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1960년대 말 이후 등장한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통화정책이 주로 활용된 이후 경제정책결정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재무부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유럽, 영국, 미국의 정책금리가 0%대로 낮추는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 통화정책의 여지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재정정책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더 나은 재건’은 미중 관계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군사력 격차의 축소보다는 경제 규모의 역전에 근거를 두고 있다.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빼앗겼던 선수를 다시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도태평양전략이 아니라 경제성장이다. 2005년 이후 세계성장에 가장 많은 기여한 국가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었다. 이런 점에서 3월 31일 펜실바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미국일자리계획을 발표할 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6번이나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력 격차가 유지·확대된다면, 미국 쇠퇴론은 저절로 소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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