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ESG의 평가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나왔다. ESG는 2006년 투자자들의 큰 모임 중 하나인 유엔 PRI(유엔 책임투자원칙)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된 용어다.
당시 투자자들은 ESG를 포함한 6가지 경영원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후 실질적인 작동은 하지 않았다. 단지,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ESG 활동을 했을 뿐이라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그러다가 2019년 초 유엔 PRI 멤버들이 다시 회의를 열어 ESG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020년부터 ESG 경영의 실태에 관해 공개하자고 약속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ESG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지만, 그 시작점은 이전부터 꾸준히 논의를 이어 온 유엔 PRI인 셈이다.
이처럼 ESG 경영의 필요성은 커지는 분위기지만 ESG에 대한 평가 기준이나 근거에 관해서는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각종 금융사와 언론사까지 ESG 지표를 만들며 다양한 기준이 난립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소장은 "목적이 불분명한 지표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다만 해외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해외에서 제시하는 ESG 기준이 맞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도 기준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관해 확답을 못 해주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평가 기관도 자신들의 지표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해외의 ESG 평가는 공시기준만 공개돼 있고 평가기준은 비공개인 상태다.
김 소장은 이런 배경 때문에 국가별로 다양한 환경에서 ESG 평가 기준을 통일하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 예로 이사회의 경우, 해외에서는 사외이사의 연임기간이 길면 거버넌스(Governance) 평가가 높아지지만,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사외이사의 임기가 6년 이하로 정해져 있다. 기준 자체가 정반대일 뿐 아니라 한국의 경우는 법을 바꾸지 않고는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는 "국제사회에 비해 덜 갖춰지거나 다른 부분을 두고 잘한다 못 한다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단순히 기업들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실정에 맞는 지표나 평가 항목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실정에 맞는 지표를 설립한 후에도 국제사회와 교감을 통해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이는 ESG 지표가 단순히 줄 세우기의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최근 정부가 K-ESG 지표의 논의에 나선 것에 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부가 국제사회와 원활히 소통하면서 공신력 있는 지표에 대해서 꾸준히 협의하고, 동시에 외국이 리드하는 지표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메시지 전달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