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여러 구설과 논란 속에서 인적 구성을 마친 공수처는 1호 수사 사건에 고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원칙으로 삼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지켜나갈지가 숙제로 남았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30일 직원들에게 "사명을 잊지 않는다면 괴로워도 넉넉히 이기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초기 업무 여건을 갖추며 일을 진행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자부심과 사명감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검사 등 인력 채용과 수사기관 간 사건 이첩에서는 공정성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받았다. 특히 논란에 대해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해명을 거듭해 불씨를 키웠다.
김 처장은 취임 이후 공식 행사나 취재진과 마주치는 출근길에서 언제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대변인과 검사 선발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수처는 이달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 등 13명을 임명했다. 처·차장을 제외한 검사 정원 23명에 미달한다. 채용 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제일 중요하게 보겠다"고 강조한 결과다. 대변인도 "적격자가 없다"며 뽑지 않았다.
문제는 사건 이첩 길목에서 발생했다. 김 처장은 지난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별도로 만났고, 관용차도 제공해 특별 대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수원지검에서 넘겨받은 사건을 재이첩할지 검토하던 중에 만나 더욱 논란이 됐다.
면담 사실을 국회 출석 전까지 밝히지 않아 공격 강도는 더 세졌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 책임자가 피의자를 따로 만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데다 공수처 설립 목적이 검찰 권력 분산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에 금이 갔다. 어느 기관이 수사할 것인지를 두고 검찰과 공수처가 이첩·재이첩을 이어가면서 수사 착수가 지연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한 허위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해당 보도자료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김 처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수원지검에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그래서 더욱 공수처가 내부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1호 수사 사건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실상 어느 사건을 맡든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어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앞서 김 처장은 "사건별로 어느 수사기관이 더 적합한지 판단해 일종의 가르마를 탈 것"이라며 "사건 기록이 얼마나 충실한지를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1호 수사 사건과 관련해 "필요하면 공보하겠지만 (어떤 사건인지에 따라) 알리지 않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