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등 대대적인 상장제도 개혁을 실시한 지 3주년이 됐다.
앞서 홍콩거래소는 지난 2018년 4월 30일부터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수익을 못내는 바이오 하이테크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이미 해외에 상장된 중화권·글로벌 기업이 홍콩에 동시 상장할 경우 편의를 제공하는 등 상장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덕분에 지난 3년간 홍콩거래소에는 수 많은 기업들, 특히 신경제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과거 차등의결권 불허로 홍콩 대신 뉴욕을 택했던 중국 인터넷공룡의 상장이 이어졌다. 알리바바, 징둥, 바이두, 넷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전통 제조업, 금융업에 치중됐던 홍콩 증시에 인터넷과 같은 신흥경제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모두 146개 신경제 기업이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이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6822억 홍콩달러(약 97조원)로, 같은 기간 홍콩 전체 IPO 조달액의 61%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뉴욕에 이어 홍콩에 2차 상장한 중국기업이 13곳으로 2858억 홍콩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는 바이오테크 기업 31곳도 홍콩증시에 상장해 821억 홍콩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홍콩증시에서 신경제 기업의 IPO 비중(자금조달액 기준)은 2018년 49%에서 지난해 64%로 증가했다. 올 1분기에는 모두 18개 신경제기업이 IPO를 통해 1292억 홍콩달러 자금을 조달, 전체 IPO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했을 정도다.
3월말 기준 홍콩거래소에서 신경제기업 시가총액은 14조4471억 홍콩달러(약 2000조원)으로, 홍콩증시 전체 시총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신경제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왕성하다. 지난해 신경제기업이 홍콩증시 거래액 기여도는 21%로, 2018년 1%에서 20배 넘게 늘었다.
홍콩거래소는 앞으로도 성장성이 뚜렷한 기업들이 홍콩증시에 줄줄이 상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콩증시의 발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엔 홍콩 거래소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을 통한 상장 방식을 연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도 알려졌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우선 IPO로 자금을 모은 뒤 나중에 비상장사를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뉴욕증시를 중심으로 스팩 상장 열풍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