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의지를 밝힌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모병제와 남녀 의무군사훈련을 언급하면서 병역제도 개편 논쟁의 불씨를 지폈고, 민주당의 다른 초선의원들도 논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이견이 분분한 상태여서 실제 법안 발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19일 박 의원은 자신의 정치비전을 담은 ‘박용진의 정치혁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해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고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인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와 같은 모병제 전환과 남녀평등복무제가 병역 문제를 둘러싼 남녀 차별 논란과 갈등을 종식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22일 KBS라디오에서는 “국방부는 싼값에, 헐값에 우리 청년들 징집해다가 60만 대군 유지하면서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한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분명히 한 박 의원이 병역문제를 자신의 정치 아젠다로 설정한 것은 2030 세대의 남성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으로 풀이된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유권자 70% 이상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줬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정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던 민주당에게는 뼈아픈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박 의원에 이어 같은 당의 초선의원인 김남국, 전용기 의원 또한 병역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며 ‘이대남’을 위한 정책 입법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군 복무를 마친 전역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공무원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국 지자체 채용 시 군에서의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은 "20대 남성의 한 사람으로서 군 가산점 재도입 논의도 진행할 계획이다. 개헌을 해서라도 전역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공기업·공공기관 승진평가시 병역의무 이행 경력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대군인지원법'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견이 만만치 않다.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KBS라디오에서 전용기 의원의 군 가산점 재도입 주장에 관해 “1999년에 군 가산점에 대해서 위헌 판결이 났다. 그런데 20년이 지나서 지금 다시 부활하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23일 박성민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TBS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재보궐 선거의 패인을 ‘젠더 문제’로 분석하는 시각 자체를 비판했다. 그는 “선거 패인 요인을 분석하면서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삶에 정치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며 “당장 호감을 얻기 위한 방식으로 이런(병역 개편안)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27일 신임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천대엽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국방의 의무 이행에 국가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만 군 가산점과 같은 일률적인 방식은 성별에 따른 즉각적인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많을 수 있다"며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병역 제도 개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