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계속 생활한 불법체류 아동에게 조건부 체류 자격이 주어진다.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제도 시행은 이날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다.
중·고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아동에겐 학습을 위한 체류자격(D-4 비자)을 준다. 성실한 학업 생활과 법질서 준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고교 졸업자에겐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진로에 부합하는 체류자격을 제공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법질서 준수와 취업 또는 대학 진학 등을 조건으로 1년짜리 임시체류자격(G-1 비자)이 주어진다.
이렇게 체류자격을 얻은 아동이 범죄 등으로 조건을 위반하면 체류 기간 연장이 되지 않거나 체류자격이 아예 취소될 수 있다.
불법체류자인 부모도 아동의 건전한 성장·발달을 위해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출국을 유예해준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체류 자격 없이 사실상 방치된 아동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왔다. 1991년 우리나라가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협약은 부모나 후견인 출생지나 신분 등에 관계없이 아동 권리를 존중·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2월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2명에게 강제 퇴거 중단과 체류 자격을 부여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출생 장기 불법체류 아동은 전국적으로 100~500명 정도로 추정된다.
법무부는 "오랜 기간 우리나라만을 터전으로 성장한 아동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기회를 주는 게 아동과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아동인권과 국익 모두에 이익이 되는 제도를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