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불이익 받을까 강제출국" …대학은 출입국관리소가 아니다

2024-12-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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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미국은 최소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 처리 문제를 두고 보수와 진보 간에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체류 자격과 체류 기간의 범위를 넘어 거주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이하, 불체자)의 증가가 우려스러운 상태이다. 법무부 발표에 의하면, 외국인 불체자가 최근 3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3년 말에 42만3675명으로 총 체류 외국인(245만9542명) 대비 불체자 비율은 16.9%에 이른다. 불체자를 비자 유형별로 보면, 단기 관광이나 업무를 위해 사증 면제(B-1)로 입국한 불체자가 15만7747명으로 40%를 차지하고, 단기 방문(C-3) 사증으로 입국한 불체자가 7만8455명, 고용허가제에 의한 비전문 취업(E-9) 사증 불체자가 5만876명, 그 다음으로 일반 연수(D-4), 관광 통과(B-2) 사증 소지자들이었다. 따라서 법무부가 2023년 초부터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하여 정기적으로 비자 상태를 확인하여 불체자를 추방 또는 자진 출국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하면서 유학생 불체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3년도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그해 외국인 유학생 수(2023. 4. 1 기준)는 18만1842명이다. 그중 불법 체류 유학생은 3만6250명으로 전체 유학생 중 19.9%를 차지하여서 전체 불체자 비율인 16.9%보다 3%가 더 높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 불체자가 20%에 육박하는 가운데, 2023년 11월 한신대학교가 어학당에서 공부하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시켜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대학이 학업을 포기한 유학생을 강제 출국시킨 것은 인도적인 면에서는 옳지 않은 일이지만, 불체자로 인해 유학생에게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대학이 되면 재정적으로 감당해야 할 불이익이 심각하기에 궁여지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불체자 증가는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하여 국내의 대학 입학생 부족으로 이어지자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서 발생했다. 입학생 부족으로 전국 대학의 충원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미충원은 해당 대학의 평판과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의 대학(원) 평가 지표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이 적용되고, 정부로부터 대학이 지원받을 수 있는 일반 재정 지원금 선정 지표에서도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이 20% 비중을 차지한다. 이제는 지방 소재 대학뿐만 아니라 수도권 소재 대학마저 국내 대학(원)생으로는 미충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학위과정과 연수과정에서 외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2023년도 유학생의 유학 과정별 학생은 어학연수 3만7974명, 대학(전문대학 포함) 8만1087명, 대학원(석·박사) 1만8141명, 기타 연수 1만4628명이다. 출신 국가별로는 중국 6만8065명(37.4%), 베트남 4만3361명(23.8%), 우즈베키스탄 1만409명(5.7%), 몽골, 일본, 미국 순이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 문제에 대응하고 대학의 국제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조사를 2012년에 도입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제도는 외국의 유학 희망자들에게 국내 인증제 대학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재정상의 필요와 정부의 비자 발급 지원을 받는 국내 대학은 불체자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외국인 유학생 중 일부는 학업보다는 아르바이트나 부업에 몰두하여 강의에 결석하면서 등록금을 미납하여 대학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하거나, 불체자가 발생하면 대학이 곤경에 처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학생은 대학에 느슨한 학사관리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대학이 그들을 제적하더라도 출국하지 않고 연락을 단절하면 불체자로 대학에 불이익을 안긴다. 정부는 매년 유학생의 불법 체류율, 공인 어학 성적 등을 바탕으로 각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 체계를 평가하여 교육국제화역량인증 취소와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하여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제재를 가해왔다. 또한 교육부는 지난 7월 22일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및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조사 3주기 만료를 앞두고 4주기(2025-28년) 개편 방향 시안을 발표했는데, 평가지표를 합리화한 측면도 있지만, 유학생 관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불체자 예방을 위해 교육 서비스와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대학의 책임이다. 하지만 대학은 유학생이 장기 결석하더라도 수사기관이나 법무부 출입국관리 공무원처럼 불체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거나 주거지를 수색하는 등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이 없어서 불체자 관리에 한계가 있다. 또한 대학은 유학생 관리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불체자에게 전화를 걸어 소재 파악 시도만 할 뿐이다. 그래서 대학이 유학생이 불체자로 전락하기 전에 미리 강제 출국시킨다면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실상은 법무부의 일손을 덜어주는 셈이다. 유학생 불체자가 20%에 육박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도 불체자 문제는 엄연히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담당 업무이므로 관리 책임을 교육부 산하기관인 대학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과거에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시절에 미국 등에 유학 간 학생이 부업을 하면서 학업을 이어가다 불체자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 해서 그 선진국의 대학들이 불체자를 단속하거나 추방하는 일을 수행하지는 않았다.

불법 이민자 처리 문제로 내부에서 대립하고 있는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를 군 병력을 이용해서라도 국경 밖으로 몰아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법 체류 유학생은 법무부가 엄격하게 관리하여 강제 출국 또는 자진 출국을 유도해야 한다. 만약 그들의 추방으로 인해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하면서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거나 노동력이 부족한 지역과 업종 등에 종사해 국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유학생 불체자 문제를 교육부 관할인 대학에 떠넘기지 말고, 외교부와 법무부 및 고용노동부 등이 협력하여 불체자가 합법적인 산업 인력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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