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투자청장 인터뷰] 프랑스 "한국 삼성·LG·SK와 '반도체 공동 공급망' 구축하고 싶다"

2021-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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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든 이어 프랑스도 韓 반도체 협력 요청

"미국 적극 진출, 반면 유럽엔 소극적" 아쉬워

"EU 공동 기금+프랑스 정부 별도 지원" 약속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가 우리나라와의 '반도체 공동 공급망'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국제적 공급 가뭄으로 반도체가 산업 안보상 필수재로 떠오르면서 미국에 이어 프랑스도 우리 반도체 기업에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일 파스칼 카니 비즈니스 프랑스(프랑스 무역투자청) 회장은 아주경제와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반도체 공동 공급망을 구축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와 LG, SK 등 주요 기업들까지 직접 지목하면서 '반도체 공동 공급망' 구성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5세대(5G) 통신 서비스·수소에너지·제약·화장품 산업 등에 대한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던 것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진전한 제안이다.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와 프랑크 리스테르 프랑스 대외통상·투자유치 장관은 간담회를 열어 한국 기업의 대(對) 프랑스 투자를 촉구했다.
 

지난 1일 아주경제와 화상 인터뷰 중인 파스칼 카니 비즈니스 프랑스 회장.[사진=주한프랑스대사관 제공]


이날 카니 회장은 "프랑스는 반도체 분야의 자율성을 확보하길 원하는데, 이 부분에서 프랑스는 한국과 긴밀하게 협조하길 바란다"면서 "삼성전자·LG·SK와 같은 한국의 대기업이 유럽 시장의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만 한다면, 각종 혜택 지원에서 우선순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왜 한국(기업)은 미국시장에는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유럽시장 진출에는 소극적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시장 전체를 봤을 때 유럽은 인구가 5억명이 넘는 거대한 시장(미국의 인구는 3억3000만명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회장은 "세계 경제에 있어 10위 규모인 한국과 5~7위 수준인 프랑스 양국이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경우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분야에서 더욱 약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롭게 구축하는 대규모 투자를 실제 추진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서 카니 회장은 △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EU)이 함께 제공하는 재원적 이점과 △프랑스의 투자 매력도 등을 중심으로 답변을 제시했다.

우선 카니 회장은 양국이 반도체 공동 공급망을 추진할 경우, EU의 디지털 전환 기금을 투자 기반의 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EU가 이미 70억 유로(약 9조3505억원)의 재원을 생산시설 구축 등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1345억 유로 규모의 'EU 디지털 전환 사업'(2030 디지털 컴퍼스)과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19개 EU 회원국이 '반도체 산업 연합'을 결성해 내놓은 500억 유로 규모의 투자 계획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최소 20%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카니 회장은 과거 자신의 기업 활동 경험을 언급하며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공장) 부지 △능력 있는 인적 자원 등 산업 생태계 △시장 접근성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면서 "이 모든 지점에서 프랑스는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내린다면, 프랑스가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읽힌다. 

카니 회장은 이어 미래 첨단 산업에서 프랑스의 인프라와 인력, 산업 생태계 수준이 유럽 내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과거 프랑스 투자 진입장벽으로 꼽히곤 했던 노사 분쟁과 노동 비용 문제 등의 문제가 '옛말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면서 자국의 투자 매력도를 역설했다.

그는 "프랑스의 첨단 기술 산업에는 100만명이 넘는 엔지니어, 7만5000명 규모의 박사급 연구원, 3000명의 전문 연구자(학자)가 있다"면서 "일본 후지쓰와 미국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이 앞다퉈 프랑스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설하고 있다는 것은 프랑스 미래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가 매력적이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니 회장은 "이제는 프랑스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해외 투자자들에게 프랑스는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시장이자 매력적인 국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프랑스에 투자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파스칼 카니 주요 이력
 

파스칼 카니 비즈니스 프랑스 회장.[사진=주한프랑스대사관 제공]


-1961년 10월 28일 프랑스 세르네 출생
-1984년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시앙스포) 정치학
-1986년 HEC 파리(파리경영대학원) MBA(경영학 석사)
-1988~1991년 콤팩 프랑스 지사 마케팅 관리자
-1991~1995년 소프트웨어 퍼블리싱 코퍼레이션(SPC) 남유럽 사업부 설립
-1995년 패커드벨 합류 후 1997~2000년 유럽 부사장 역임
-2000~2012년 애플 부사장 겸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총괄 매니저
-2014년 유럽 벤처캐피탈 펀드 C4벤처스 설립
-2017년~ 비즈니스 프랑스 회장 겸 프랑스 글로벌 투자 앰배서더 재임
-2019년 프랑스 비바테크(Vivatech), 인도 포춘 아시아(Fourtune Asia) 포럼 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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