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3341억원으로 전년(3847억원) 대비 13% 가량 줄었다. 적자가 누적되던 북미 자회사를 매각한 데 따른 것이었다. 앞서 녹십자는 북미 진출을 위해 캐나다 혈액제제 생산법인 GCBT와 미국 혈액 공급처 GCAM을 설립했지만, 승인이 지연되면서 적자가 누적되자 지난해 매각했다.
이와함께 자회사 녹십자랩셀이 흑자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코로나19로 독감백신·진단키트 수요가 확대되면서 계열 전반적인 수익성도 회복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녹십자는 연결기준 매출액 1조5041억원, 영업이익 503억원으로 영업이익률 3.3%를 기록해 전년(2.9%) 대비 반등했다.
다만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규모가 둔화되고 있는 수익구조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녹십자는 2017년 말까지 700~9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7~9%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지만 지난 3년 사이 영업이익률은 3% 안팎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녹십자는 혈액제제 북미 진출 지연과 오창공장 증설에 따른 고정비 부담, 일반의약품 확대로 인한 광고비, 지급수수료 증가기조, 최근의 주요 상품도입 계약중단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2017년 이전수준의 영업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쟁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에 집중하기 위해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녹십자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백신 매출은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독감백신 1위인 녹십자가 상당 부분을 흡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녹십자가 지난해 독감 백신으로 올린 매출은 1500억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물량까지 흡수하면 올해 2000억원을 무난하게 넘길 전망이다. 녹십자의 3가 독감백신(3종류 독감 바이러스 예방 백신)은 UN 조달시장에서 6년 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녹십자는 4가 독감백신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4가 독감백신은 3가 대비 마진율이 20%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백신 생산 중단으로 녹십자가 어느 정도의 물량을 소화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독감백신 1위의 시장지위를 감안하면 녹십자가 받을 물량이 늘어나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충분히 예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