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IPO 고삐 죄자..." 中기업, 줄줄이 커촹반 상장 철회

2021-04-04 15:38
  • 글자크기 설정

앤트그룹 사태 이후 커촹반 상장 포기한 中기업들...월간 최다

중국 당국이 기업공개(IPO) 고삐를 더욱 바짝 죄는 모양새다. 3월 한 달 동안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 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을 포기한 중국 기업 수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76개 기업이 커촹반에서 기업공개(IPO)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 가장 많다. 

커촹반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2월부터 포착됐다. 실제 지난해 11월에만 해도 12개에 불과했던 상장 중단 기업 수가 12월부터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이로써 커촹반 상장 절차가 중단된 기업 수는 총 180곳을 넘는다. 

​FT는 "지난해 11월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 회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이 불발된 후 커촹반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더 엄격한 규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커촹반. [사진=바이두]

2019년 7월 출범한 커촹반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설치된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 증시다. 미·중 갈등 고조 속 중국 혁신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조달 채널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혁신기업들은 상장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서류 적격 여부만 검증받으면 까다로운 심사 없이 등록 절차만 밟아 곧바로 상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킨 이후 중국 금융 당국이 몇 가지 '보이지 않는' 기준을 추가해 실질적으로 허가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상장사에 사업구조 등에 대해 까다로운 질문들을 엄청 많이 하기 시작했다며 "경영진의 모든 개인 은행 계좌 내역도 공개해야 하며 3만 위안(약 515만원)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도 설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보안 솔루션 제공업체인 저장치즈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인 예다. 저장치즈테크놀로지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무려 28개의 질문을 받았고 지난달 커촹반 IPO 신청을 포기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프레이저 하우위 애널리스트는 "커촹반은 애초 개혁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을 보면 애초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방적이고 시장 주도적인 흐름을 보여왔던 중국 금융 시장은 앤트 상장 중단을 기점으로 역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상장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상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상장을 기다리는 기업 수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금융·주식 정보 제공업체 이스트머니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현재 상장을 기다리는 중국 업체 수가 2300곳에 육박한다. 지난해 속도로 IPO가 진행되면 이들 업체가 모두 상장되기 위해서는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